ADVERTISEMENT

폭탄형 화염병 제조법 유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살상력을 갖춘 폭탄형 신종 화염병의 제조법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화약을 이용한 문제의 화염병은 29일 경찰 실험 결과 유리파편이 종이상자 두겹을 뚫는 치명적인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31일 예정된 전국민중대회(서울 종묘공원)를 앞두고 집회 참여단체인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최근 이 화염병 제조법이 뜬 사실을 확인, 전파를 막기 위한 비상작업에 들어갔다.

◇ 폭탄 방불케 한 파괴력〓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난 유리병 파편들이 반경 30m 정도로 퍼졌다. 다이너마이트처럼 지면에 닿기 전 공중에서 자체 폭발하는 성능도 보였다.

29일 오후 서울경찰청 기동단 연병장에서 진행된 폭탄형 화염병 파괴력 실험 현장.

깨진 유리조각들은 골판지로 된 종이상자 두겹을 뚫을 정도로 강력했고, 치솟은 화염은 옆에 있던 종이상자들에 곧장 옮겨붙었다.

화염병들은 경찰이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제조법에 따라 만든 것. 병 입구에 화약을 모아 심지를 박고 촛농 등으로 밀봉한 뒤 뚜껑을 닫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염병으로 공격당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본다" 며 "시위대 안에서 터진다면 시위 참가자들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 잇따르는 인터넷 협박〓이달초부터 노동단체 인터넷 사이트 등엔 '화염병에 너희(경찰)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넣을 것이다' 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문제의 화염병 제조법을 띄운 글은 발신자가 '테러리스트' 로 돼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측은 "우리 사이트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 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도 화염병 시위를 반대하는 입장" 이라고 전제한 뒤 "최근의 화염병 시위는 노동자들을 폭력 진압해온 정부가 자초한 일" 이라고 주장했다.

◇ 경찰 비상〓경찰은 최근 각종 시위가 과격양상을 띠면서 문제의 화염병이 현장에 등장할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우선 1만2천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31일 전국민중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 화염병 제조법을 사이트에 올린 사람의 IP(전자우편주소)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염병을 제조.사용할 경우 폭발물 관련법의 적용 여부도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위현장 채증요원 8백여명에 대해 특별교육을 실시한 경찰은 31일 종묘 집회에 화염병 전담 기동타격대 3천5백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의 화염병에 대비, 살수차 등을 동원해 화염병 소지자들에게 물을 뿌리는 작전도 구상 중이다.

강주안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