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허브' 인천공항 이제부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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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급한 착공, 뒤죽박죽 추진, 미완의 개항….

그동안 인천국제공항이 듣던 수식어들이다. 태어나는 과정은 이렇게 어려웠다. 앞으로는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교훈만은 되새겨야 한다.

당국은 우선 인천공항을 건설하며 '계획 철학이 불분명했다' 는 걸 인정해야 한다. 당초엔 수도권 대체공항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동북아 허브(Hub.중추)공항으로 바꿨다. 공사 중간 중간에 설계를 바꾼다, 만다 논란도 많았다.

부처간 핑퐁만 치다 결국 민간에 넘긴 접근로는 계속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공항건설이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고속도로.철도.터미널.교통센터.배후단지 등 어느 하나 앞뒤를 맞춰 건설한 게 없다. 2단계 건설엔 종합적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법을 도입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 목표는 허브공항〓인천공항은 '시간이 가면' 분명히 물류혁명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디지털시대의 핵심경쟁력은 스피드에 있고 인천공항에선 그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졌고, 처리용량도 크게 늘었다. 시설.장비는 첨단이고, 김포와 달리 영종도는 노력만 하면 '공항도시' 도 될 수 있다.

허브공항이 되려면 우선 승객타깃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대상은 중국.일본의 중도시 승객들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동남아시아엔 이미 홍콩.상하이 공항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중국 동북아 도시들은 새 공항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인천공항은 '우리 공항' 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2단계는 지금처럼 한국 국적항공사 차지가 돼서는 안된다. 외국항공사를 끌어와야 영종도가 번성하고, 서울.인천의 국제화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21세기 국가생존 전략은 '국제시장에 접근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공항.항만)와 국제적 마인드를 가진 소프트웨어(사람.시스템)' 의 양축(軸)으로 형성해야 한다. 인천공항 건설로 그 한 축은 형성된 셈이다.

◇ 건설사(史)의 쾌거〓인천공항처럼 육지가 아닌 섬과 섬을 연결해 대규모 시설을 지은 사례는 다른 나라엔 없다. 좁은 국토에 사는 우리의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개펄을 5m만 파도 암반이 나왔으니 거의 신(神)이 점지한 입지와 다름없었다. 세계 최초의 자정(自碇)식 2층 현수교를, 단일 건축물로는 국내 최대인 여객터미널을, 세계에서 셋째 높이의 관제탑을 우리 기술로 지었다.

더욱이 시설.장비는 대부분 첨단으로 모두 국제기준.규격을 사용했다.

이같은 대공사를 우리 기술진이 별 하자없이 해낸 건 우리 건설사의 한 획을 긋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외국 기술자들이 '가장 최근에 건설된 공항.현수교' 를 보러 인천공항으로 몰려 온다. 건설과정에 있었던 사실들을 정리해 그들에게 정보를 팔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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