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쿄대총장 '지성의 외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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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기준(李基俊)서울대 총장과 하스미 시게히코(蓮實重彦) 일본 도쿄(東京)대 총장이 28일 도쿄대 졸업식에서 한 목소리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의 잘못을 지적하고 일제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듭 촉구했다.

도쿄대 졸업식에 외국 대학 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李총장의 참석은 하스미 총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이 만든중학교 역사교과서가 최근 침략 역사를 왜곡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과 관련, 도쿄대 총장이 졸업생들을 상대로 공개 비판한 것도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李총장은 축사에서 "다른 사람과 주변 국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된 행동이 얼마나 이웃을 아프게 하는가는 한.일 근.현대사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며 도쿄대 졸업생들에게 협력과 공존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는 잊혀질 수 있어도 지워질 수는 없다" 며 "양국간의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 참된 이해가 가능하다" 고 말했다.

李총장은 "한국의 대학 총장이 이 자리에 선 것은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며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발전의 초석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하스미 총장은 "일본은 36년간 한국인의 자유.인권을 유린했고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 며 "자신이 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의 과거 역사를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책임이라고 결론 짓는 자세가 살아있는 윤리" 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성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역사를 무시하는 것" 이라며 "역사를 반성하는 것은 일부 일본인들이 말하는 자학적인 역사관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진정한 상호 이해를 건설해야 하는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진정한 명예" 라고 밝혔다.

하스미 총장은 "가혹하더라도 역사를 제대로 봐야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며 "풍요로운 미래를 공유해야 할 한국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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