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클리닉] 아이가 물건 삼켰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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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영.유아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약.동전.단추.땅콩.돌.옷핀.양잿물.담배.화장품 등 종류를 안 가리고 삼킨다. 삼킨 물건이 다행히 독성이 없고 식도로 넘어가 대변으로 나오면 좋지만 기도로 들어가거나 독성이 있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가장 응급한 상황은 질식이다. 이땐 119에 요청한 후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돌 전 아이는 머리가 땅을 향해 60도 정도로 경사지도록 해놓고 어깻죽지 사이를 아주 빠르게 다섯 번 때려 줄 것.

그래도 숨을 못 쉬면 똑바로 누인 채 두 손가락으로 가슴 중간부위를 다섯 번 눌러주고 역시 효과가 없으면 어른이 입이나 코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돌 지난 아이는 똑바로 눕힌 채 손바닥을 아이의 배꼽과 가슴뼈 중간에 놓고 복부를 쳐 올리듯이 눌러주고 그래도 숨을 안쉬면 역시 코나 입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을 할 것.

기관지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갑자기 기침을 하고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숨쉬기 힘들어 한다. 이땐 물론 병원에 가서 기관지 내시경으로 삼킨 물건을 제거해야 한다. 땅콩 같은 물질은 몇 주간 모르고 지나치다 기관지가 썩어 심한 호흡곤란과 중독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식도에 들어가더라도 염산이나 양잿물 등은 삼키면서 식도를 다 손상시키고 약.담배 등은 그 자체가 독성물질이다. 클립이나 옷핀이 잘못 들어가면 내시경 제거도 어려워 수술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영.유아기 아이를 둔 가정은 바닥부터 아이 손이 닿는 높이엔 삼킬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치워야 한다. 음식도 사레 들리지 않도록 조금씩 먹이고 먹일 땐 아이가 웃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땅콩이나 호두 같은 견과류는 세 돌 전까지 주지 말아야 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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