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텔, 소액 투자 상품으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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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43)씨는 최근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주변의 원룸텔을 구입했다. 33실 규모의 원룸텔 1실(전용 16.5㎡형)을 7000만원에 사들여 월 70만원의 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이씨는 “여윳돈이 적어 값이 싼 원룸텔을 구입했는데 수익이 괜찮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건축기준이 완화된 원룸텔이 대표적인 소액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별다른 건축기준이 없던 원룸텔이 지난해 7월 양성화된데 이어 올초 준주택 개념 도입으로 주거기능이 강화되면서부터다. 원룸텔은 전국에 2만5000여 실이 있는데 올해만 5000여 실이 생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학원가 등 임대수요가 넉넉한 곳에 몰려 있다.

원룸텔은 고시원·고시텔·미니룸·리빙텔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대부분 전용 6.6~16.5㎡형으로, 방 안에 샤워실·화장실이 있고 주방·세탁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원룸형과 같은 형태지만 규제가 적어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예컨대 도시형 생활주택은 60당 1대의 주차공간을 만들어야 하지만 원룸텔은 134㎡당 1대의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소형주택 전문건설 업체인 야촌주택 추명진 사장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사업승인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고 주차장 설치 등의 규제가 많지만 원룸텔은 규제가 덜해 분양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보다 투자비는 적은 반면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게 장점이다. 서울 역세권이나 대학가에서 분양되거나 거래되는 원룸텔(9.9㎡형 기준)은 대개 6000만~8000만원에 매입할 수 있다. 월 60만~120만원의 임대수입으로 연간 10%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도심의 상가나 오피스 한두 개 층을 사거나 빌려 원룸텔로 리모델링한다든가, 땅을 사서 신축하면 수익은 더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박모(55·서울 강서구 목동)씨는 지난해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인근 상가를 6억원에 사들여 원룸텔 40실을 만들었다. 공사비 3억원은 대출받았다. 현재 공실률이 10%지만 월 1260만원(1실당 월세 35만원)의 임대수입을 올린다. 월 대출이자와 운영비 400만원을 빼고 매달 860만원(수익률 연 17%)을 챙긴다고 한다.

그러나 원룸텔이 안고 있는 문제도 많으므로 사거나 분양받는 사람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원룸텔은 대부분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 방식으로 분양된다. 구분등기는 건물의 일정 부분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지만 지분등기는 건물이 있는 땅에 대한 소유권만 인정된다. 지분등기의 경우 나머지 공유 지분자의 동의 없이는 팔거나 용도를 바꿀 수 없어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따른다.


코쿤하우스 고종옥 사장은 “원룸텔은 한 건물 안에 여러 명의 소유주가 있어 분양 후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며 “분양 업체가 준공 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건물을 매입하거나 신축해 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는 지역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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