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의 창해그룹 사옥 3층에는 ‘Y 캐롬 클럽’이라는 이름의 당구장이 있다. 떠들썩하게 내기 게임을 하고, 몇 사람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자장면을 시켜먹는 여느 당구장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국제 규격의 당구 테이블 4대가 설치된 이곳은 국내 유일의 멤버십 당구 클럽이다. 20명 이내로 제한된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는 개인 큐를 보관하는 라커가 있고, 홀 가운데는 회원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아늑한 테이블과 소파도 있다.
임성우 회장(왼쪽)이 당구 국가대표 김경률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임 회장은 한국 당구를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후원하는 국가대표 김경률(30·서울당구클럽)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세계랭킹 6위 김 선수는 지난달 21일 열린 2010 터키 당구월드컵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선수의 월드컵 제패는 1992년 고(故)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의 우승 뒤 18년 만이다.
임 회장은 국가대표팀 훈련을 눈여겨보면서 김 선수를 점찍었다. 성실함과 집념이 남다르고 생활도 건실해 ‘대성하겠구나’ 판단을 한 것이다. 그는 2009년 1월 김 선수를 자신의 회사 촉탁사원으로 채용해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하게 해 줬다. 김 선수는 “당구는 국가대표라 해도 운동만 해서 먹고살기 힘들다. 운동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에 회장님이 손을 내밀어 주셨다. 당구 선수를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시는 회장님의 배려가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고급 스포츠로서 당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당구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하던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좁은 공간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스포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구는 생각보다 걷는 양이 많고 다양한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체와 발목을 단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임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당구를 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서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원인 에탄올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임 회장은 “사업으로 번 돈을 적게나마 사회에 돌려주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글=정영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