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전국노래자랑' 누구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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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음악을 통해 온갖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 "

최근 북한 언론이 식량난 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주민에게 음악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강조하는 말이다.

지난 20일 끝난 북한 중앙방송위원회 주최 '제7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사무원부문 경연' 을 통해서도 북한에 불고 있는 '음악 열기' 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노래경연은 지난달 10일 예선을 시작해 결승까지 40일 동안 열렸다. 지난해 노동당 창건 55주년(10.10)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제7차 '전국 근로자들의 노래경연' 은 석달 동안 진행되기도 했다.

이 대회는 남한의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것으로 1986년 처음 시작됐으며 독창.이중창.가족경연 등 부문이 다양하다. 이 대회를 앞두고 전국에선 직장.부서별로 삼삼오오 모여 노래연습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또 특별한 자격 없이 노래와 악기에 소질이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데다 1~3등 수상자에게는 TV.악기 등을 상품으로 줘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해가 갈수록 북한 주민의 관심도 커지고 경연에 참가하려는 희망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전문 예술인은 참가할 수 없다.

TV에서도 '노래경연' 프로가 단연 인기다. 87년 신설된 '전국 근로자 노래경연' 프로그램은 가족이 모여 휴식을 즐기는 저녁시간에 TV로 방영된다.

노래경연 참가자들은 주로 보천보전자악단, 왕재산경음악단,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이 창작한 노래를 비롯해 주민의 생활감정을 담은 노래, 혁명가요, 민족적 정서를 반영한 민요와 민요풍의 노래 등을 부른다.

최근 북한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이란 노래를 전국에 집중 보급하고 있다. 이 노래는 71년 11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5대 혁명가극의 하나로 불리는 '당의 참된 딸' 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창작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음악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金위원장의 '음악정치' 표방과 무관하지 않다. 음악을 통해 주민의 결속을 다지고,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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