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발전연구원 이인석 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지난 1992년 시공의 첫 삽을 뜬 이래 총 7조8천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인천국제공항이 시험운영을 마치고 29일 드디어 개항한다.

연간 2천7백여만명의 여객과 1백7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단계적인 확장공사를 통해 최종단계에는 연간 1억명의 여객과 7백만t의 화물처리 능력을 갖추는 세계 정상급 공항으로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은 단순히 김포공항 국제선 기능의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급증하는 항공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많은 여객과 화물이 경유.환승.환적되는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발전해야 하는 비전과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의 허브공항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공항배후지역에서 발생하는 기종점 수요가 충분할 뿐 아니라 건설비용도 낮아 가격경쟁력이 있고 주변국가 공항들보다 첨단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의 목표달성 전망을 밝게 해주는 또다른 핵심적 요건은 우월한 지리적 위치에서도 찾을 수가 있다.

최근들어 동북아 지역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중국경제의 성장에 힘입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의 지리적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어 일본.홍콩 등의 경쟁공항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또 대형여객기가 만재(滿載)상태에서 미주와 유럽으로 무착륙 비행을 할 수 있는 한계선상에 위치해 있다는 엄청난 잇점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아직 항공수요가 크지 않지만 빠른 경제성장 속도와 엄청난 인구 때문에 항공수요의 급증이 예상되고 있는데 중국 공항들이 이같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이 담당할 몫이다.

여기에다 일본의 간사이공항은 높은 건설비와 지반침하로 인해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나리타 공항은 수요의 부족이 아니라 확장여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호재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성공적으로 운용한다면 우리나라가 동북아 지역의 인적.물적 교류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국가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21세기 공항은 단순히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정거장 시설이 아니라 공항도시 또는 거대한 배후단지와 연계해 산업.물류.유통.국제업무 등의 복합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아직 이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허허벌판으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배후지역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개항을 코 앞에 둔 지금 당장의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보다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인천국제공항의 완벽한 성공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두 고민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