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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사이트 '쉰세대 모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채팅사이트 스카이러브에서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밀레니엄 클럽' 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길(40.구로구개봉동)씨. 하루 1시간 정도 PC 앞에 앉아 회원들에게 다음 비행 스케줄을 띄우거나 지난 모임 때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을 올려놓는다. 이씨는 "인터넷을 알고 난 뒤 회원들과 연락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고 말한다.

10~20대만 북적거리던 사이버 공간에 30대 이상 네티즌을 의미하는 '미들넷' (middle aged netizen)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음(http://www.daum.net)에는 지난해 6월보다 30대 회원이 2배, 40대 회원이 3배 가량 늘었다. 네띠앙(http://www.netian.com)채팅방에선 10대 방 접속 평균인원이 4백여명인데 반해 386방 접속 인원은 4백60여명으로 대화방의 주요 이용층인 10대를 앞질렀다.

미들넷들은 채팅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성해 시나 그림, 글쓰기 등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꿈을 좇는 활동을 하는가 하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등 독특한 인터넷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리챌.스카이러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들은 최근 미들넷을 위한 전용 대화방을 개설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타깃마케팅을 선언하는 등 미들넷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프리챌(http://www.freechal.com)의 경우 현재 30만개 가량의 커뮤니티 가운데 30대 이상이 주관하는 커뮤니티는 5만여개에 이른다. 특히 40~50대를 위한 친목모임인 '낭만의 방' , 댄스모임인 '쉘 위 댄스' , 독서모임인 '북스포유' , 골프모임인 'FGA'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챌은 중년층 네티즌을 겨냥, 'e-동네' 라는 지역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가구.노트북.PDA 등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품목을 대상으로 e-메일 마케팅을 계획 중이다.

채팅사이트 스카이러브(http://www.skylove.com)를 운영하는 하늘사랑의 경우 30대 이상 회원이 1999년 말 26만명에서 최근 1백만명으로 급증하자 미들넷을 위해 40~50대 전용 대화방을 별도로 개설했다. 하늘사랑은 또한 중년 네티즌을 위한 쇼핑몰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러브에 개설된 30대 이상의 동호회로는 '57년 꼬꼬방' '61년 우정반' '58 상록회' 'www.63클릭. co.kr' 'n.m 용가리' '60년 쥐띠 모임방' 등이 있는데, 모임당 1백명 안팎의 회원이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하늘과 바람과 시' '자녀사랑' 같은 중년 모임은 불우이웃돕기 등에도 적극 참여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늘사랑의 김원식 팀장은 "안정된 수입과 구매력을 가진 30대 이상 회원이 늘어나면 매출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장년층의 사이버 공간 참여가 늘어나면서 신세대.학생 등의 전용물로 인식됐던 사이버 공간이 점차 균형을 잡아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다음의 이수진씨는 "미들넷이 늘어나면서 모든 참여자가 동시에 이용하는 게시판 등에 지나친 표현을 자제하자는 내용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게시판에는 깊이 있고 다양한 감상들이 올라오는 등 젊고 감각적인 데만 치우쳤던 사이버 문화가 점차 '진지한 면' 을 갖추어 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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