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뇌졸중과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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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암과 뇌졸중은 한국인 사망원인의 수위를 다투는 질환이다. 해마다 각각 5만명의 생명을 앗아간다. 우리나라 사람 2명 중 1명은 궁극적으로 암이 아니면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두 질환 모두 예방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굳이 경중을 가린다면 어느 쪽에 주력해야 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뇌졸중보다 암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악명높은 암도 숨지기 직전까진 대개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반면 뇌졸중은 수 년 이상 의식불명 혹은 사지마비의 상태에서 꼼짝없이 누워있게 만든다. 대소변을 받아내야하는 등 기약없이 수발을 들어야 하는 보호자의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다. 뇌졸중은 결코 암에 비해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암보다 뇌졸중에 더 신경써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용효과다. 뇌졸증은 암보다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여년간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어떤 질환으로 생명을 잃었는지 보자.

일반인이라면 암과 뇌졸중의 사망원인이 확률상 1대1 비율이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대부분 암으로 생명을 잃었다. 신장암으로 숨진 L교수와 K교수, 위암으로 숨진 K교수, 폐암으로 숨진 H교수 등 암 일색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 뇌졸중으로 숨진 교수는 한명도 없다. 해박한 의학지식과 철저한 건강관리가 예상되는 국내 최고의 명의들이 주로 암으로 숨졌다는 사실은 암 예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부위에 따라 조기발견이 어렵고, 암을 일으키는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졸중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예방수칙이 있다. 바로 혈압을 관리하고 금연하며 짠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위에 열거한 수칙만 지켜도 수십년 후 뇌졸중으로 고생하다 사망할 확률이 수십분의 일로 줄어든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녀야겠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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