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수목드라마 '불륜'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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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불륜'드라마에는 '불륜'드라마로. 안방극장에 '맞바람'이 분다.

'황태자의 첫사랑'에 이어 '아일랜드'까지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연거푸 KBS에 참패를 당한 MBC가 이번엔 아줌마의 불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27일 첫 방송되는'12월의 열대야'(연출 이태곤)로 3주 연속 주간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KBS-2 TV '두번째 프러포즈'에 도전장을 내민 것.

'두번째 프러포즈'가 남편의 불륜 때문에 눈물 짓는 아줌마 스토리를 내세웠다면 '12월의 열대야'에서는 아줌마 자신이 불륜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시어머니에게 구박받으며 바보 같이 살던 결혼 10년차 아줌마가 젊고 잘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위해 남편을 버린 것은 물론, 자식들까지 내팽겨친다. 남겨진 남편의 분노와 질투…. 상상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아줌마'들이 주된 타킷층이다.

주인공 오영심 역을 맡은 엄정화는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하는 지독한 사랑을 누구나 꿈꾸지 않느냐"며 "드라마를 통해 그런 사랑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남해의 작은 섬에서 가진 것, 배운 것 없이 자란 오영심은 보건소 군의관으로 온 민지환(신성우 분)과 결혼해 꿈에 그리던 의사 부인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부잣집의 천덕꾸러기 맏며느리일 뿐 우아한 사모님이 되지 못한다.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무시를 당할 때마다 특유의 뻔뻔함과 씩씩함으로 맞서지만 마음은 상처투성이다. 오영심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대학 휴학생 박정우(김남진 분)는 오영심의 동서 송지혜(최정원 분)의 옛 연인이다. 박정우는 가난 때문에 7년이나 사귄 애인에게 버림받은 뒤 암으로 시한부 판정까지 받는다. 분노와 좌절로 가득찬 박정우에게 순진한 오영심이 걸려든다는 설정으로 이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12월의 열대야'는 결혼한 여자와 죽어가는 남자의 사랑이라는 위험한 소재에다 푼수 같은 아줌마 오영심이 벌이는 코믹 에피소드를 결합시켜 웃음과 눈물을 함께 자아낼 계획이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푼다는 점에서도 경쟁작 '두번째 프러포즈'와 닮은 꼴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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