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인도 '컴퓨터 필수' 모르면 표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여성웹진 이매진(http://imagine.or.kr)에서 '문할머니의 사이버 인생상담' 코너를 맡고 있는 문옥동(文玉東.68)할머니의 삶은 컴퓨터를 만난 뒤 1백80도 바뀌었다.

5년 전 미국에서 근무하는 둘째 아들과 요금 걱정 없이 국제전화로 소식을 주고받고 싶어 배운 컴퓨터로 인터넷에서 소문이 자자한 '사이버 인생상담가' 로 변신한 것.

文할머니는 "아들.딸 시집보내고 무료하던 차에 인터넷을 알게 돼 세계 곳곳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고 말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노인들이 연령대가 비슷한 노인들에게 직접 컴퓨터를 가르치는 서울 영등포의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에는 매일 30여명의 노인들이 강의가 끝난 후에도 집에 가지 않고 남아 열성적으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복지정보통신협의회 고용갑(高用甲)사무총장은 "은퇴한 노인들이 부부동반으로 또는 혼자 컴퓨터를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은퇴 후 풍성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필수다. 정보화 사회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어 인터넷과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 교육지원부 신인철 부장은 "사회생활을 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도 노인들은 접하기 힘들다" 며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쉽게 물건을 사고 원격진료를 이용하며 지인들과 대화를 하려면 인터넷이 꼭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예산을 지원해 노인들이 무료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인전용 컴퓨터 교실' 을 열고 있다.

지난해 3만4천명의 노인들이 정부와 민간단체가 마련한 무료 정보화 교육을 받은 데 이어 올해는 5만여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도 노인들에게 정보화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은 1999년부터 인터넷 사이트(http://www.seniors.gov)를 통한 원스톱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노인들은 우체국에 주소변경 신고를 할 수 있고, 자택간호사를 고용할 때 여러 후보자를 비교 검토할 수 있다.

또한 복지금 신청부터 매달 수령액 확인까지 가능하다. 세금고지서와 정부의 각종 정보도 받을 수 있다.

한국전산원에 따르면 인터넷에 접근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수준인 정보이용 지수가 10대를 100으로 볼 때 50대 이상은 8.6으로 뚝 떨어진다.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유수근(柳秀根)정보화기반과장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컴퓨터가 글을 아는 것만큼 필수" 라며 "산업화 사회에 익숙한 50대 이상은 지금이라도 컴퓨터를 배워둬야 노년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