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수하물처리 정말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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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설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20일 출입기자들을 위한 행사 하나를 마련했다.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앞두고 수하물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등 이러쿵 저러쿵 얘기가 많으니 실제로 처리되는 장면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공항공사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기자들이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기자들을 맞은 공항 관계자는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의 성능시험을 24시간 하고 있다" 며 "일부의 우려는 잘못된 것이며 정상운영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하물 처리가 시작되는 체크인 카운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방만 수백개 갖다 놓았을 뿐 시스템 작동도 멈춰진 상태였다.

"24시간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면서 왜 지금은 작동을 중지했느냐. " "잠시 멈췄을 뿐 오후 늦게 다시 시작할 예정" 이라는 대답뿐이었다.

결국 기자들은 수하물처리시스템이 작동되는 현장을 보지 못한 채 오후 1시쯤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본 것이라곤 마무리 인테리어와 이삿짐을 나르는 현장뿐이었다.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그나마 오후 4시쯤 시작하려던 시험가동도 시스템 오류로 세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실시했다.

수하물처리시스템의 안전성 여부는 신공항의 성공적 개항을 결정짓는 초미의 관심사다. 1998년 홍콩 첵랍콕 공항 개항 때도 첫날 수하물처리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혼란을 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하물처리시스템이야말로 점검에 점검, 확인에 확인을 반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날 공사측의 모호한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최근 체크인 카운터에 시스템을 설치한 4개 외항사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성능테스트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공사측 관계자의 이에 대한 설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승객을 처리해야 할 항공사가 급하지 우리는 급할 것이 없다. "

그러나 문제는 이 시스템을 공항 내 공용시스템에 연결할 경우 오류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지난 16일 시험에서 발생한 공용시스템 오류도 일부 외항사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신공항에 대한 불안해소는 보다 투명한 준비로 가능하다는 점을 관계당국이 알아야 할 것 같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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