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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양재동 '메기대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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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고향이 시골인 사람들은 천렵의 아련한 추억이 있다. 동무들과 냇가에서 송사리.붕어를 잡아 끓여 먹던 일. 고추장을 푼 국물에 들어간 것이라곤 손가락만한 물고기와 풋고추.감자.양파 등이 고작이지만 여기에 밀가루 수제비를 떠넣으며 맡는 냄새는 어느 것과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재수가 좋아 메기라도 한 마리 건지면 그날은 영락없이 찌그러진 냄비 안에서 숟가락 전쟁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메기대감' 은 메기매운탕 전문점. 이곳에 들어서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우는 천렵 매운탕의 진풍경이 가득하다. 입구에서 처음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커다란 그릇에 담긴 수제비 반죽이다.

그 위에는 '수제비는 양껏 직접 떠드세요' 란 문구가 적혀 있다. 매운탕이 끓고 있는 식탁에선 남녀 구분없이 수제비를 떠넣느라 분주하다. 젊은 아가씨의 어눌한 손놀림을 보다 못해 밀가루 반죽을 가로챈 중년 남자는 "수제비는 이렇게 뜨는 거야" 라며 으쓱댄다.

두 사람이 달려들어 경주하듯 수제비를 뜨다가 두껍고 못생긴 수제비 모양에 한바탕 웃음을 짓는 식탁도 있다.

메기매운탕(2만7천원)냄비 안에는 아이들 팔뚝만한 메기 네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어 국물과 함께 팔팔 끓을 땐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매운탕이 끓기 시작하면 미나리를 건져 먹고 수제비를 떠넣는 것이 순서다.

다음은 메기공략. 껍질 아래 뭉쳐 있는 새하얀 살은 육질이 농밀하면서도 담박하다. 잔가시가 없고 큰 살점이 뚝뚝 떨어져 먹기 편하다. 유별나게 길고 큰 입 모양을 보면 추어(醜魚)콘테스트 상위권 입상감인데 머리의 맛 역시 놀랍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말이 메기의 맛에도 충분히 적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국물에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없다. 맛이 시원하고 얼큰하며 농후하다. 주인이 흙냄새를 없애기 위해 따로 육수를 만들어 넣는데 육수에 들어가는 것은 다랑어.멸치 외에 밝힐 수 없는 해물가루 한가지가 더 들어간다고 한다.

남은 국물에 라면이나 우동면을 원하는 만큼 넣어 먹을 수 있다. 라면보다는 이 집에서 손으로 직접 뽑은 두툼하고 쫄깃한 우동면은 권하고 싶다. 부족하면 공기밥(1천원)을 추가해 볶아 먹으면 된다. 매운탕은 남자 네명이 먹을 만한 양이다. 매운탕 외에 찜.튀김.불고기 등 다양한 메기 요리 메뉴가 있다.

유지상 기자

전화번호 02-3461-4008

주요메뉴 메기매운탕,메기튀김(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10시

쉬는 날 연중무휴(설·추석은 3일씩 휴무)

좌석수 1백30석

주차규모 전용주차장 50대

이런 사람들 가보세요='천렵의 맛'이 그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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