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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박재연교수 사라진 우리말 뜻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한 중국문학자의 노력으로 18세기 전후의 우리말과 중국어의 상관관계가 일부 밝혀지게 됐다.

선문대 중국학과 박재연(朴在淵.43)교수는 1987년부터 전문가용 『조선시대 중한대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아오다 우선 조선시대 말엽 우리 소설 속의 중국어 용례를 정리해 최근 『고어사전』을 냈다.

전체 1천1백59쪽, 표제어 7천3백66개에 용례 1만5천5백38개를 담은 이 사전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등이 살았던 낙선재에 보관돼 있는 조선시대 중국소설 번역본에 나오는 어휘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중국어에서 비롯된 당시 유행어 70여개의 뜻이 정리돼 있다.

『삼국지연의』 『후 수호전』 등 중국에서 전해진 소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단어들은 지금까지 전해지지는 않으나 당시의 우리말 쓰임새를 살펴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朴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훙둥이다' '지(디)위하다' 라는 조선시대의 단어는 중국어 '哄動(구슬리다.어르다)' '知會(알리다)' 를 중국어 원음에 가깝게 그대로 끌어다 쓴 것이었다.

또 '으르렁거리며 노리다' 라는 뜻의 '투구리다' 라는 단어는 중국어 '吼' 라는 말을 번역해 썼다는 것이다.

朴교수는 "근대 우리말이 성립한 중요한 시기인 조선시대의 중국 소설 번역본들을 중시해 중국 원전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쓰인 우리말들을 하나씩 추적했다. 옛말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 『고어사전』을 『조선시대 중한대사전』 부록으로 삼으려 했으나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겨 대사전에서 독립시켜 『고어사전』을 먼저 냈다.

대사전 편찬을 준비하다가 뜻밖의 부산물을 얻은 셈이다.

朴교수는 앞으로 낙선재에 소장된 조선시대 소설 30여종 4백권, 조선시대 통역원 역할을 했던 사역원(司譯院)의 중국어 회화교재인 『노걸대(老乞大)』『박통사(朴通事)』, 중국 원(元)대에 유행했던 희곡의 우리말 번역본, 중국어 속담의 번역본 등을 두루 참조해 『조선시대 중한대사전』을 펴낼 계획이다.

선문대 중국번역문헌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朴교수는 청주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중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싱가포르에서 2년 연수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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