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붕어빵' 한국증시 신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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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내 15개 증권사 시황분석팀 요원들은 매일 오후 1시부터 두시간 가량 단란주점에 모인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티타임을 가지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하지만 오후 1시면 장이 열려 있는 상태라 하루 평균 모이는 숫자는 10명 미만이다. 그런데 최근 이 모임에 변화가 생겼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15개 증권사에서 전원 출석이다.

"금요일 모임의 단란주점 방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합니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장이 맥을 못추기 때문에 애꿎은 담배만 빡빡 피워대죠. 서로 푸념도 하고 대책도 세울 겸 금요일 회의만은 출석률 1백%입니다. "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허경량 연구위원의 말이다.

◇ 주말 공포는 개미들이 먼저 느낀다〓許위원처럼 우리 증시에 주말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금요일만 되면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증시도 덩달아 맥을 못추는 현상 때문이다. 주말 공포는 월가에서 먼저 나타난다. 다우지수는 지난 2일을 제외하고 올들어 내리 10주째 금요일마다 급락했다.

금요일의 뉴욕 증시 결과를 알 수 있는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토요일 새벽. 그러나 국내 증시는 이미 금요일부터 반응한다.

"투자자들은 금요일 오후만 되면 이미 불안한 모습을 보입니다. 금요일이니까 으레 '미국 증시는 폭락할 것' 이라고 예상하고 주식을 보유한 채 주말을 넘기면 월요일에 큰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금요일 당일에 아예 주식을 청산하려 하죠. "

증권사 투자정보팀의 일관된 목소리다.

메리츠증권의 尹모 대리는 요즘 투자상담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자들의 해박한 미국 증시 지식 때문이다. 나스닥이 강세를 보인 날도 나스닥 선물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이 먼저 알고 "나스닥 선물이 빠지고 있으니까 사면 안된다" 고 오히려 자신에게 충고한다고 한다. "한 40대 여성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나스닥 선물시장 장세까지 분석한 뒤 스스로 투자를 결정할 정도" 라며 尹대리는 혀를 찬다.

◇ 공포를 이기는 체력다지기〓미국과 국내 증시의 동조화는 코스닥이 태동기를 막 지난 1999년 초부터 활발해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통설. 특히 나스닥과 코스닥의 동조화는 심각하다. 두 시장 모두 인터넷.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 이들 주식은 실적보다 성장가능성이 주가를 좌우한다. 하지만 성장성은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 나스닥에 의존하는 성향이 팽배하다.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정부와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국내 증시의 체력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미국 증시가 폭락하더라도 국내 경제가 큰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제원.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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