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탄 시위진압'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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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의 '무탄(無彈) 시위진압' 원칙이 깨질 것인가.

현 정권 들어 사라졌던 최루탄이 재등장할지 모른다. 한동안 뜸했던 화염병 시위가 최근 급증하면서다. 그 고비는 곧 닥칠 노동계의 춘투(春鬪)다.

구조조정.경기침체로 누적된 불만이 학생운동권과 연결돼 과격한 시위로 나타날 조짐이어서다.

노동계는 오는 21일 서울역 앞에서 1만여명이 모이는 올 최대 규모 시위를 계획 중이다. 당국은 이런 큰 시위가 노동절(5월 1일)을 앞두고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화염병도 대량 동원되리라는 관측이다.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각종 시위에 등장한 화염병은 1천5백여개. 한 해 최고 30만개까지 쏟아졌던 80년대 등 이전 정권 때와 비교하면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상황은 올 들어 달라졌다. 대우차 부평공장 해고근로자 시위를 시작으로 두달여 만에 지난 3년치와 거의 맞먹는 1천3백여개가 투척됐다.

특히 지난 17일 노동계.학생의 동국대 시위에선 현정부 들어 가장 많은 3백50여개가 던져졌다. 불 붙인 타이어도 나왔다.

경찰은 일단 '무탄 원칙' 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최루탄을 쓰면 시민들의 고통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준다" 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거세다. 도심 폭력 시위가 빚어낼 피해와 혼란을 막으려면 최루탄의 매운 맛이 필수라는 주장.

실제로 17일 민주노총 시위를 앞두고 경찰은 최루탄 사용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2천개의 화염병으로 도심 점거를 계획 중' 이라는 첩보 때문이었다. 한 경찰 간부는 "과연 언제까지 최루탄을 억제할 것인지 고민" 이라고 말했다.

손민호.강병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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