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악보집 낸 최승희 명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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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판소리를 악보를 통해 체계적으로 배우고 전수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최승희(崔承希.64)명창은 10여년 간의 노력 끝에 4백여쪽에 달하는 '춘향가' 악보집을 최근 완성했다. 그동안 관현악 연주 등을 위해 판소리를 한대목씩 악보화한 적은 있지만 한 바탕 전체를 채보(採譜)해 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崔명창이 판소리 악보화에 나선 것은 1990년 초.

"소리가 어렵다며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드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양음악처럼 책으로도 배울 수 있게 오선지에 담기 시작했죠. "

하지만 중학교밖에 다니지 않은 탓에 욕심처럼 일이 쉽지 않았다. 피아노를 전공한 문하생들이 매일 한두시간씩 작업을 도왔다. 그가 소리를 하면 제자들이 높낮이 장단에 맞춰 오선지에 옮기는 식이었다. 까다로운 '옥중가' '몽중가' 등은 수백번씩 흥얼거리며 악보를 고쳤다.

마무리를 앞두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몸을 돌보지 않고 공연.출강 등을 하던 崔명창이 98년 위암에 걸린 것. 두차례 대수술을 받고 1백일 만에 퇴원한 그는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 는 생각에 더욱 속도를 냈다. 딸 모보경(38.전북도립국악원 교수)씨도 도움을 자청했다.

崔명창은 "이 악보가 우리 소리를 활짝 꽃피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싶다" 고 말했다. 그의 제자들은 오는 24일 오후 2시30분 전북예술회관에서 악보집 발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친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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