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화 사기단' 다시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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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주부 權모(46.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4년 전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한 회사의 꾐에 빠져 강원도 양양의 임야에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국제공항이 들어서면 평당 10만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화 유혹에 솔깃해 임야 2천평을 평당 4만원씩 총 8천만원을 주고 샀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시세는 매입가에도 못미치는 평당 3만5천원밖에 안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분당 신도시 정자동에 사는 주부 朴모(35)씨는 요즘 생각지 못한 '전화폭력' 에 시달린다. "사모님, ××투자(혹은 파이낸스)회사인데 부동산투자에 관심 없으세요" 등의 말로 시작하는 전화 때문이다.

최근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서울 강남.분당 신도시 등의 주민들에게 전화로 땅 매입을 권하는 부동산투자 사기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투자회사' '××개발' 등 그럴 듯한 이름을 내걸고 "판교의 숨은 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 "카지노 개장 등 개발 열기에 휩싸인 강원도 정선 땅을 사면 떼돈 번다" 며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주부 등을 유혹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런 영업을 하는 일명 '기획부동산' 업체는 서울 강남 일대에만 수십여곳에 이른다.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는 인원만도 업체당 수십명되며, 많게는 1백명이 넘는 곳도 있다.

이들은 강원도.제주도 등 개발 이슈가 있는 곳의 땅을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다. 투자자가 사무실을 방문하면 지도와 서류 등을 꺼내 놓고 주변 녹지나 미개발지역 등을 공시지가보다 2~3배씩 부풀려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사탕발림에 속아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쓸모없는 땅을 마치 좋은 땅 인양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개발계획마저 불투명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

건국컨설팅 유종율 사장은 "개발계획이 발표된 곳은 투기꾼의 입질이 심해 실제 쓸 만한 물건은 많지 않다" 며 "투자 전에 도시계획확인원 등을 통해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알아본 뒤 최소한 공시지가 이하로 구입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고 조언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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