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등 KT 전창진 감독, PO 입씨름은 1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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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감독 말솜씨로 우승팀을 가린다면 KT가 전승 우승할 기세였다. 전창진(47) KT 감독이 8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한국농구연맹(KBL) 미디어데이에서 달변으로 ‘감독상 세리머니’를 했다.

이번 시즌 KT는 모비스에 밀려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감독상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80표 중 53표를 얻은 전 감독이 차지했다. 지난 시즌 꼴찌 팀을 맡아 단숨에 2위로 올려놓은 지도력을 인정받아서다. KBL은 이날 최우수선수(MVP) 함지훈(모비스) 등 투표에 의한 개인상 수상자를 모두 발표했다.

전 감독은 ‘플레이오프 기선 제압’에도 들어갔다. KT는 4강에 직행해 6강전을 지켜보며 상대를 기다린다. 10일부터 열리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LG(4위)와 동부(5위), KCC(3위)와 삼성(6위)이 5전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KCC-삼성전 승자와 맞붙는 전 감독은 “전주(KCC 홈)는 멀어서 싫고, 삼성은 안준호 감독이 사자성어를 많이 써서 피곤해 싫다”며 상대팀 속을 긁었다. KCC와 삼성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호화 군단. 하지만 정규리그에선 약체로 꼽혔던 KT에 밀렸다. 거침없이 달변을 쏟아낸 전 감독과 대조적으로 허재 KCC 감독과 안준호 삼성 감독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안 감독은 트레이드 마크가 된 ‘사자성어 출사표’도 내놓지 않았다.

전 감독은 강을준 LG 감독과 강동희 동부 감독이 얌전하게 앉아 있자 “두 ‘강씨’들이 너무 조용하다. 선수들한테 인터뷰 재미있게 하라고 야단치지 말고 감독들도 말 좀 하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함께 참석한 함지훈과 신인왕 박성진(전자랜드)은 평소 어눌한 인터뷰로 유명한 선수들이라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사진기자들이 감독들에게 우승컵에 손을 대는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하자 전 감독이 다시 한번 나섰다. “나중에는 못 만질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 실컷 만져들 보시죠.” 미디어데이의 ‘위너’는 단연 전 감독이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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