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관급회담 돌연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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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북측 대표단의 불참으로 돌연 무산됐다.

북한은 회담 당일인 이날 오전 9시10분쯤 단장인 전금진(全今振)내각 책임참사 명의의 전화 통지문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오늘 개최되는 회담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고 짤막하게 알려왔다.

회담 대변인인 김형기(金炯基)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북측의 연기 이유에 대해 "북측 내부 사정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배경을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부시 미 행정부의 회의적인 대북 인식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협의가 차질을 빚는 등 향후 남북관계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서울 답방이 늦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 25명은 이날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해 오후 3시30분쯤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평양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즉각 대북 전통문을 보내 "북한의 일방적인 회담 불참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 이라고 지적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5차 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 고 촉구했다.

정부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 멤버를 주축으로 관계 부처간 긴급 협의를 통해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현 단계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 이라고 말했다.

안성규.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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