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정치찾기] “정치개악특위 보도 때마다 비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충조(사진) 국회 정치개혁특위원장(민주당 의원, 5선)이 지난 3일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위원장직 사퇴서를 냈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4월 말까지로 2개월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는데 김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의장은 4일 곧바로 사퇴서를 반려했지만 김 위원장의 사퇴 의사는 확고하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정개특위를 이끌어온 김 위원장이 급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7일 “지난해 12월 30일 공직선거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에 이 원내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며 “2일 본회의에서 여성 지방의원 공천 의무화와 전남 함평 광역의원 정수 조정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사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여야 지도부가 김 위원장에게 의원직 상실형을 300만원으로 지금보다 완화하는 개정안을 처리해 달라고 떠넘기자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8대 국회에서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의 의원직 상실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낸 의원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물밑에선 모든 국회의원들의 공통 민원이었다. 너무 벌칙이 엄하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정개특위 회의만 열리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비리 의원을 보호하려는 거냐’는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

여야는 지난해 12월부터 여야 4자회담(김충조 위원장, 허태열 한나라당 정치선진화특위 위원장, 장윤석·서갑원 간사)을 통해 물밑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러다가 여론이 계속 비판하자 선거법 개정을 포기하는 대신 정치자금법 300만원 상향 개정 문제를 여야 원내대표 협상으로 넘겼다. 그런데 2월 말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 문제를 정개특위로 다시 넘겼다고 한다. 정개특위와 여야 지도부가 ‘핑퐁 게임’을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치개혁특위가 아니라 정치개악(改惡)특위’라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비참했다”며 “의원들이 그렇게 바란다면 299명 전원 명의로 해야지, 정개특위에 떠맡기면 되느냐”며 위원장직 사퇴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이강래 원내대표는 “활동시한이 4월인 만큼 끝까지 활동해줄 것으로 안다”며 “정치자금법 100만원 조항 완화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