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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성의 날 100주년 … 딸들에게 희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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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세상의 절반’에 대한 차별 철폐를 외치며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 오늘로 10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0년간 세계 각국에서 남녀가 동등한 참정권을 갖게 됐고 여성에 대한 교육·취업 기회가 확대되는 등 여권(女權)은 비약적인 신장을 이뤘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촌 곳곳엔 단지 여자라서 받는 갖가지 차별이 엄존하는 게 현실이다. 남아 선호 사상이 팽배한 중국·인도 등에서 벌어지는 ‘젠더사이드(gendercide·여아 살해)’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서 임신 중 낙태되거나 출산 후 버려진 딸들이 1억 명 이상이라는 추산이다. 그래서 중국·인도는 출생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20명을 훌쩍 넘는다. 정상적인 성비는 103~107명 수준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10여 년 전 110명을 웃돌던 출생성비가 지난해 106.2명을 기록해 정상 수준에 진입했다. 아들딸 구별 않는 신세대 부모들의 가치관 변화 때문이다. 교육 면에서도 차별하지 않아 지난해 여학생이 대학 진학률에서 남학생을 처음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딸들의 약진은 딱 거기까지다. 대학 졸업 후 취업 과정과 직장 생활에서 여성이란 사실은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취업률이 꼴찌에 머물고, 남녀 간 임금 격차 역시 최악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외무·행정고시 등을 통해 여성들이 대거 공직에 진출한 것도 알고 보면 민간 부문의 극심한 성차별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최근 뉴욕 타임스가 꼬집기도 했다.

귀하게 키운 똑똑한 딸들이 계속해서 사회 진출에 좌절하고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는 위기에 맞서는 최선의 해법도 바로 여성 인재의 적극적 활용이다. 그러자면 법과 제도에 따른 차별을 무너뜨린 데 이어 정서적·관행적인 차별을 해소하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한다.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포기해선 안 된다. 다름아닌 우리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