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상문고 처방 '분규'만 더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울 상문고 사태가 서울시교육청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다시 혼미 상태에 빠졌다.

지난 9일 상문고의 신입생 재배정과 재학생 편입.전학 허용을 발표했던 서울시교육청(교육감 劉仁鍾)은 하루 만인 10일 이를 유보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같은 조치는 9일 밤 2, 3학년생 학부모 4백여명이 서울 방배동 劉교육감 집과 시교육청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며 당국에 수업 정상화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신입생 학부모 상당수는 원래 발표대로 재배정할 것을 요구, 등교 거부를 계속할 태세다. 따라서 신입생-재학생간, 교사간 갈등 속에 상문고 사태는 쉽사리 매듭짓기 어려울 전망이다.

◇ 교육청 대책 혼선〓당초 "신입생 재배정은 고교 평준화제도의 근본을 뒤흔든다" 며 '재배정 불가' 를 고수하던 교육청은 9일 상문고의 특수지 고교 지정, 신입생 재배정을 포함한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러다 재학생 학부모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10일 '재배정 유보' 로 방침을 선회했다.

서범석(徐凡錫)부교육감은 "신입생 재배정 조치 등은 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취했던 것" 이라며 "12일 이후 수업이 정상화하면 이의 철회도 검토하겠다" 고 설명했다.

극약처방의 약효는 있었으나 결국 번복돼 상문고 사태가 더욱 혼선을 빚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입생.재학생의 이탈과 잔류 희망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수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그만큼 학생의 피해만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 신입생 학부모 반발〓신입생 학부모 3백여명은 11일 모여 12일부터 등교거부키로 결의하는 성명을 내고 재배정해주지 않으면 농성.소송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전체 신입생 5백83명 중 4백48명의 학부모가 재배정 요구에 서명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다른 신입생들의 등교마저 막을 뜻을 밝혀 2, 3학년 학부모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재학생 학부모대표 김수자(金秀子.48.여)씨는 "정상화의 1차적 책임이 교육청에 있지만 일단 학생을 등교시켜 수업을 정상화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다.

金씨는 "1학년생 없이 완전 정상화가 불가능하므로 학생 재배정과 특수지 학교 지정 방침을 철회하도록 촉구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 수업 전망〓교사들도 원칙적으로는 수업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전임 교장이 작성한 시간표와 학급 배정에 친재단측 교사들이 따를 수 없다고 고집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상문고 공동대책위 대표 최인환(崔寅煥.46)교사는 "반대 입장의 교사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임시 시간표를 짜고 있다" 며 "신입생이 등교 거부를 하더라도 수업은 정상대로 진행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12일부터 2~3일간 수업 정상화 여부를 지켜본 뒤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유보조치의 전제였던 수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입생 학부모의 재배정 요구 등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이후남.이경희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 '상문고 사태' 관련기사 모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