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동현 '프로야구는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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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커피 한잔(a cup of coffee)' .

메이저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신인을 가리켜 "커피 한잔" 이라고 부른다. 기존 선수들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듯 손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11일 시작된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 제주도 오라구장에는 커피 향기가 가득했다.

올해 경기고를 졸업한 LG의 신인 이동현(19.사진)이 선발 등판했다. 입단 계약금만 3억2천만원을 받은 이선수는 LG 코칭스태프가 일찌감치 제4선발 감으로 점찍은 대형 신인이다. 시범경기 개막전에 당당히 선발로 내세운 것만으로도 벤치의 기대를 알 수 있었다.

이동현은 1회 말 1사후 삼성 정경배에게 볼넷을 내준 뒤 '당대 최고' 이승엽에게 깨끗한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2 - 1로 몰렸으나 여유를 잃지 않고 이동현을 상대했다.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린 이동현은 이후 마해영을 삼진, 김기태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으나 1회 투구수 30개를 기록해 제구력과 결정구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다.

2회 말 이동현은 확실한 신고식을 치렀다. 선두 강동우에게 볼넷, 곧바로 김한수에게 안타를 내준 그는 폭투와 내야 땅볼로 2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이닝 3안타 2실점, 투구수 53개가 말해주듯 그의 첫 등판은 다소 불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최고 구속 1백48㎞와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능력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두팀은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즌을 준비했다. 삼성에서는 승리 투수가 된 우완 배영수가 눈에 띄었고 LG 외국인투수 발데스는 왼손타자에 강한 모습이었다.

경기는 6 - 2로 삼성이 승리했다.

오라구장에는 7도의 따뜻한 봄날씨를 만끽하며 5천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코 앞으로 다가온 야구 열기를 부채질했다.

제주〓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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