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속속 부동산으로…주상복합 '청약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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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요즘 수도권 인기 주상복합아파트 분양현장을 가보면 시중 여윳돈의 '은행발(發) 부동산행(行)'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개의 프로젝트에 수백억원 이상의 청약신청금이 몰려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관계자들은 죽어가는 분양경기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자세한 정보는 (http://www.joinsland.com) 참조]

지난 9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경기도 분당 파크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이날에만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선착순 수의계약분 1천3백가구(총 1천8백29가구)가운데 33, 48, 54평형 8백86가구는 하루 만에 모두 계약이 끝났다.

13일부터 청약신청을 받아 공개추첨으로 입주자를 가리는 고층부 5백29가구에는 더 많은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대행회사인 MDM측은 공개추첨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당 3천만~4천만원의 청약금만 따져도 이 아파트에만 줄잡아 5천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쏟아지는 셈이다.

저금리 체제의 장기화로 갈 곳 없는 시중 여윳돈이 아파트로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은행 예금이자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하면 돈이 모이기는 다른 곳도 마찬가지. 지난달 말 한강이 보이는 76가구에 대해 청약신청을 받은 서울 광진구 구의동 대림아크로리버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무려 3천5백35명이 신청해 평균 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금(가구당 1천만원)만 3백53억여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돈 굴릴 곳이 마땅찮아 투자용 여윳돈이 많았던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 7일부터 3일 동안 접수한 서울 서초동 '서초리시온' 주상복합아파트(2백93가구)에도 3천여명이 청약금만 1백억원(가구당 3백만원)남짓을 냈다. 월세 수요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임대를 노린 투자수요자들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해 7월초 분당 백궁역 일대에서 현대산업개발.삼성중공업.삼성물산 등이 3천여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았을 당시에도 시중 여유자금이 1조원이나 몰렸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처럼 청약금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데는 주상복합의 경우 한 명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몇 개를 신청할 수 있는 데다 추첨에서 떨어지거나 당첨된 아파트의 층.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청약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청약열기가 곧바로 부동산 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당첨된 아파트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신청 열기만으로 투자성을 가늠하면 곤란하다" 며 "특히 부분적으로 열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전반적으로 잠자는 부동산 시장을 깨우기에는 아직 이르다" 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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