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한·미 정상회담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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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http://www.leehc.com)총재는 9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고 서로의 시각차를 확인한 게 의의" 라고 말했다. "서로의 시각을 알아야 대북 관계와 한.미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좋기 때문" 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아침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다.

李총재는 또 "미국이 상호주의를 중시한다는 게 확인됐다" 며 "이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로, 우리도 북한을 현실적으로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李총재 측근들은 "李총재가 그간 주장해 왔던 '경제지원을 하되 평화를 얻는 전략적 상호주의' 가 힘을 받게 됐다" 고 평가했다.

李총재는 동시에 한.미간의 시각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 대해 '약간의 회의(some skepticism)' 를 갖고 있다" 고 말한 대목을 지적했다.

그는 "원문(原文)을 보니 부시 대통령이 강조어법을 써서 말했고, 'some' 은 '상당한' 으로 해석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李총재는 그러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회담 성과를 포장하지 말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고 요구했다.

한 당직자는 "李총재는 金위원장의 답방과 향후 남북관계 진전 속도는 미국 변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고 설명했다.

李총재는 이날 "대통령과 만날 생각인가" 란 질문에 "지켜보고 나서" 라고 답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총재가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하거나, 방미(訪美)성과를 직접 듣겠다는 게 아니다" 고 부연했지만 한 측근은 "金대통령이 정상회담 성과를 위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 李총재가 긍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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