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대통령 방미 외교] '포괄적 상호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http://www.cwd.go.kr) 이 9일(한국시간) 내놓은 대북정책의 '포괄적 상호주의' 는 여러가지 '전략적 고려' 가 깔려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의 설명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상황에 대한 '검증(檢證)과 '회의(懷疑).투명성' 을 제기한 데 대한 "대안(代案)카드" 라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포괄적 상호주의 대상은 북한으로부터 제네바 합의 준수.미사일 수출 중단.무력 도발 포기를 보장받고, 그 대가로 북한의 안전보장과 경제개발을 뒷받침해 준다는 것.

이 소식통은 "미국과 북한의 관심과 경계를 효과적으로 조절.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포괄적 상호주의' 에 의미를 두고 있다" 고 말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시하는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검증' 요구를 받아들이면서▶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엄격한 상호주의' 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시하면서 "도와줄 것은 도와주지만 평화와 전쟁억지에 대해 검증하는 문제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검증의 역할분담 방안도 제시했다. 북한의 핵(核).미사일 문제는 미국이 맡고, 재래식무기와 비무장지대(DMZ)전방 배치부대의 감축은 한국이 맡아 하자는 것이다. 재래식 무기.병력감축은 남북이 상호주의로 정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포괄적 상호주의가 "우리가 주는 것만큼 받아야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면서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상호주의를 적용하자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포괄적 상호주의 카드에는 "북한은 말만 있지 행동은 없지 않으냐" 는 미국측의 비판론을 해결하기 위한 金대통령의 고심(苦心)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金대통령 특유의 순발력으로 대북정책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려는 의욕이 담겨있다고 정부 당국자가 설명했다.

아직 확실한 그림을 내놓지 못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틈새를 최대한 비집고 들어가려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金대통령은 이같은 역할분담에다 한.미간의 긴밀한 사전협의를 전제로 깔아놓음으로써 '한국의 대북접근이 과속(過速)' 이라는 부시측의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포괄적 상호주의' 에 대한 미국측의 명확한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 (김하중 수석 전언)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이날 미국 행정부.의회.학계.언론계 등 대외정책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대북 인식을 바꾸려고 힘을 쏟았다. "DJ의 대북정책 세일즈에 대한 미국측의 정리된 입장이 나오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 이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워싱턴=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