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 충격처방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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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문고에 대한 신입생 재배정, 재학생 전학.편입학 허용 조치는 분규 사학에 대한 교육당국의 초강경 대응이다. 특히 특수지 학교로의 전환은 평준화지역에서 축출하는 것으로 상문고는 자칫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분규 사학에 대한 처리의 선례가 될 전망이다. 상문고와 유사하게 분규에 휘말린 사립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재배정.전학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재단측은 행정소송을 내는 등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잔류를 희망하는 학생과 이직을 원하는 교사에 대한 처리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 학습권 침해〓상문고는 1994년 당시 상춘식(尙椿植)교장이 학부모 찬조금 유용.내신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과정에서 1차 분규가 발생했다. 尙씨의 부인 이우자(李優子)씨가 99년 말 尙씨의 누나 등과 함께 재단 이사에 복귀하면서 2차 분규가 뒤따랐고, 이번 분규는 李씨가 내신성적 조작 등에 관여했던 장방언(張邦彦)씨를 교장으로 임명하면서 비롯됐다. 이때마다 학생들의 등교 거부.시위로 수업 차질이 빚어졌다.

◇ 논란.반발〓시교육청은 9일 극약처방을 하면서 "고입 배정 절차가 무효이므로 철회한다" 는 논리를 폈다. 상문고의 경우 학습권이 침해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고입 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특수지 학교 지정 사유인 '거리.교통불편 또는 특수한 사정' 이라는 범주에 '분규' 를 추가했다. 타 분규 학교 학생도 재단측을 압박할 빌미를 준 것이다. 관선이사가 파견된 일부 사립고교도 상문고와 유사한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 학생.교사는 어떻게〓신입생 5백83명 대부분과 전학을 원해도 할 수 없었던 다수 재학생들이 학교를 옮길 전망이다. 시교육청은 재배정.편입학은 근거리를 원칙으로 하되 학급당 45명을 넘지 않도록 경기.단대부속.서초.반포고 등 강남구와 서초구 내 18개 학교에 고루 분산시키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10일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추첨을 실시, 12일 오후 2시 서울고 강당에서 배정통지서를 교부한다. 10일부터 전입학.편입학 신청도 받는다.

교사들은 시험을 거쳐 공립학교에 특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 과제〓전교조는 "비리 인사의 재단 복귀를 막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이 시급하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추진한 사립학교법은 비리에 연루된 임원은 5년간 복귀할 수 없도록 했지만 사학법인들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다. 사학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도록 공익이사제와 전문 회계사로 구성된 감사제 등 내부 감시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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