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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고가 야간 보수공사, 무심코 들어서면 '진퇴양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시가 2002 월드컵 이후 청계고가에 대한 전면 보수에 앞서 다음달 말까지 야간시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을 이용해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낡은 상판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매일 밤마다 청계고가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려 낮에는 6~7분 정도 걸리는 통행 시간이 야간에는 40~50분으로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사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제대로 세워놓지 않은데다 효과적인 교통소통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체증을 부추기고 있다. 청계고가의 하루 교통량은 12만대. 이가운데 공사 시간대에 3만대가 달린다.

◇ 목숨건 불법 U턴〓지난 8일 오후 11시 30분. 야근을 마친 金모(32.회사원)씨는 오랜만에 마장동의 처가에 가기 위해 광교에서 청계고가에 진입했다. 조금후 고가에 올라서자마자 "앗"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밤 늦은 시간인데도 마장동 방향 2개 차선이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도 아닌 한밤의 정체는 예상밖이었다.

그런데 앞에 서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U턴을 시도했다. 하지만 차선 폭이 8m에 불과해 끙끙대며 전후진을 몇번이나 거듭해야 했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들은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朴씨가 광교의 진입로 부근을 벗어나는 10분 동안 목격한 불법 U턴 차량은 20여대. 경찰에 따르면 공사가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이곳에서 불법 U턴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세건. 열흘에 한건꼴이다.

◇ 꼭꼭 숨은 안내표지〓거북이 운행을 하던 운전자들은 대부분 공사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차가 막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광교와 마장동의 청계고가 진입로에는 가로.세로 1m 크기에 '청계고가 보수 공사중' 이라는 표지판이 놓여있다.

그러나 청계고가로 진입하기 전에는 눈에 띄지도 않는데다 표지판이 작아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청계고가 중간으로 진입하는 램프에도 공사를 알리는 플랭카드가 있으나 찢어진 채 펄럭이거나 접혀져 있어 무용지물이다.

운전자들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교통체증이 극심한 청계고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 들어서면 진퇴양난〓청계고가에서 상판 교체가 이루어지는 구간은 하루 평균 10여곳. 해당 구간 마다 왕복 4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통제되기 때문에 'S자' 운전을 해야한다.

더욱이 한번 고가에 올라가면 중간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지난 1998년 7월 서울시가 교통량 조절을 이유로 청계고가의 13개 램프 가운데 지상도로로 나가는 2개 램프를 폐쇄해 시내에서 마장동 방향으로 가는 차량은 청계고가가 거의 끝나는 지점인 청계 8가에 이르도록 출구가 없는 형편이다. 반대편 차선의 램프로 나가려는 불법 U턴 차량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대책〓우선 청계천으로 몰리는 교통량을 종로 방면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청계고가 이용시 광교에서 마장동까지 40분 이상 걸리는데 반해 종로~신설동~마장동 구간을 이용하면 1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를 위해 청계고가 진입 전에 공사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눈에 띄게 설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동대문 상가의 상인들은 "상판을 교체하는 부분 공사에도 청계고가의 교통이 엉망인점으로 미루어 내년 월드컵 이후 전면 공사가 이루어지면 최악의 교통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고 우려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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