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이트하우스' 예식장에 미술관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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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광주시내에서 송정리로 가다 공항 못 미처에 최근 문을 연 ‘화이트 하우스’.

미술관인지 예식장인지 언뜻 분간이 잘 가지 않지만 한눈에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5천평 가량의 하얀색 건물(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1천3백50평)이 마치 백악관을 연상시킨다.

넓은 주차장을 지나 뜰 안에 들어서니 양편에 늘어선 분재들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1백그루에 가까운데 아름다운 자태들에서 만고풍상이 엿보인다.잔디밭 곳곳에는 희귀한 모양의 수석과 조각들이 서 있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1층 왼쪽에 ‘광주에서도 피카소 같은 대가가 나오라’는 뜻에서 이름 붙였다는 80평의 ‘피카소 홀’이 나온다. 황영성의 1천호짜리 작품 등 20여점의 그림이 사방에 걸려 있다.

주인 황인연씨(50)는 “예술인들이 전시 ·세미나 ·예식 등을 할 때 공짜로 빌려주겠다”고 말했다.

1,2층 웨딩홀 로비도 우제길의 1천호짜리 등 초대작(超大作)들로 장식했다.

3층에 올라가니 3백평 전체가 하나의 전시실로 꾸며졌다. 80여점 모두가 김환기 ·이응노 ·변관식 ·김은호 ·김창렬 ·배동선 ·임직순 ·최쌍중 ·박각순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다.대부분 50호 이상 대작들이라 그 앞에 서면 가슴이 툭 터지는 것 같다.

의재 허백련이 평생 3점밖에 그리지 않았다는 10폭짜리 대벽(大壁 ·키가 보통 병풍보다 큼)과 한글 서예 대가인 평보 서희완 및 추사 김정희의 병풍도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천경자 ·김기창 ·오지호 등의 작품들도 전시 순번을 기다리며 관리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처럼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그것도 지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미술품 수집가인 주인 黃씨가 소장 중인 작품은 총 3백여점.

그는 아파트건설업을 하다 10년 전 예식업(광주와 전남 화순에 4개 예식장 소유)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모았다.하객들이 예식을 기다리는 사이 감상하며 지루함을 달래라고 걸어 두기 위해서였다.

黃씨는 “소장품이 많아지자 이웃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일조하자는 생각으로 미술관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차 웨딩홀까지 모두 전시실로 바꿔 건물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미고 분재원 ·조각공원도 조성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062-946-3333.

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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