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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수술? 자칫하면 사망·식물인간 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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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15면

낙태는 여성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수술하는 과정에서 자궁이 손상될 수 있고, 태아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중앙포토]

낙태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3일 프로라이프라는 의사 모임이 불법낙태를 해준 병·의원 3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의료계는 동료 의사 고발이란 충격과 낙태 찬반 논쟁에 휩싸였다. 태아는 임신된 순간부터 인간이기 때문에 낙태는 살인행위라는 주장과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삶을 지키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낙태가 여성의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낙태를 여성의 몸에서 맹장을 떼어내는 수술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낙태는 여성의 생식기관을 손상시키고 난치성 출혈과 골반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윤리 논란에 가려진 낙태 위험성

낙태는 잔인한 살인
낙태수술은 여성의 자궁 안에서 자라는 태아가 자연스럽게 출산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인공적으로 유산시키는 인공 임신중절이다. 방법은 끔직하고 잔인하다. 먼저 정맥주사로 수면마취를 하고 수술 부위를 소독한다. 질경을 넣어 안을 살피고 태아를 꺼내기 위해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자궁목)를 연다. 이때 약물을 쓰거나 기구를 이용해 강제로 벌린다. 벌어진 자궁경부 사이로 끝이 둥근 갈고리 모양의 큐렛을 넣어 조직(태아)을 긁어내는 소파수술을 한다.

태아를 제거하기 위해 진공청소기와 같은 튜브를 넣어 조직을 빨아들이는 흡입법도 사용한다. 임신 8주의 초기 낙태는 한 번에 전체를 흡입·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태아가 커서 흡입이 어려울 때는 태아를 작게 자르는 태아축소술을 한다. 말 그대로 팔과 다리를 잘라 꺼내기 좋게 하는 것.

태아는 몸에 비해 머리가 큰 편이라 꺼내기가 쉽지 않다. 큰 머리엔 구멍을 내고, 뇌 기관을 꺼내 작게 만든 후 흡입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낙태 기계가 들어오면 태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이리저리 피한다.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때때로 낙태수술 후에도 태아가 자궁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불완전유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땐 통증과 출혈이 동반되며 재수술을 해야 한다.

낙태 후 정서불안 시달리는 경우 많아
낙태수술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는 정작 임신을 원할 때 자연 유산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강제로 자궁경부를 열어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궁경부는 풍선의 매듭처럼 자궁 안의 태아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밴드 역할을 한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신승주 교수는 “자연스러운 출산 과정에선 자궁경부가 한 시간에 1㎝씩 천천히 열린다. 하지만 인공 임신중절 시에는 자궁 경부를 강제로 열어 오래 붙들고 있다 보니 이 부위의 조임근육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자궁 내부의 유착으로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파수술을 하다 보면 자궁내막이 기계에 의해 긁히기 쉽다. 이때 상처가 생겼다 아물면서 자궁 내 조직이 유착된다. 이로 인해 생리의 양이 줄고, 생리통이 나타난다. 또 반복유산과 불임을 유발한다. 착상을 위한 옥토가 자갈밭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심상덕(산부인과 전문의) 윤리위원장은 “낙태수술을 하다가 자궁이 긁히거나 아예 찢어지고 뚫리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며 “드물게 장까지 찢어져 개복을 하고 2차 수술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셋째, 수술 중 사망하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낙태수술을 받던 여성이 과다출혈로 사망하거나, 마취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는 의료사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술 후 귀가했다가 출혈이 심해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한다. 염증 등 여러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신승주 교수는 “자궁내막염이나 골반염으로 출혈이나 생리과다, 질 분비물 증가 등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나팔관에 염증이 생길 경우 자궁 외 임신의 원인이 되므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염증이 심하면 복막염·패혈증이 되기도 한다.

넷째, 낙태수술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일종의 낙태후증후군이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김의정 교수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태아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 그리고 상대방 남자에 대한 분노로 괴로워한다”며 “한동안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을 수 있고, 사회 활동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정은 무의식에 오래 남아 수년 후에도 비슷한 계기가 발생하면 갑자기 울컥하는 등 정서불안을 일으킨다. 임신중절로 잃은 아이에게 몰두해 악몽을 꾸거나 환각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다시 임신을 할까 두려워 성관계를 기피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남녀관계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기혼여성도 계획 세워 피임을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멍에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피임이 중요하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낙태 근절의 기본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피임을 하는 것”이라며 “기혼 여성도 미리 계획을 세워 피임을 하고, 원할 때 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획 임신을 하면 기형아 출산을 줄일 수 있다. 양 교수는 “임신 전 알코올이나 약물·감염·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1개월 전부터 엽산제를 복용해 언청이·신경관계 결손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계획적인 임신은 특히 자궁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10대에게 더 위험하다. 청소년은 유해환경에 자주 노출되고, 산전관리가 잘 안 돼 저체중아·기형아·조기진통 출산의 빈도가 높다.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임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피임법은 콘돔이다. 그러나 콘돔이 찢어지거나 터질까 불안하다면 여성이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이 있다. 피임성공률이 92% 이상으로 높으며, 생리주기를 규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처 피임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후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피임 실패율이 40% 정도로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피부에 붙이는 피임 패치제·질 링·정관수술·피임주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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