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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미루고 공연...그때가 내 인생의 명장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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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10면

‘마지막’이란 말을 꺼내자 금세 눈물부터 맺혔다. 뮤지컬 배우 강효성(48)씨. 2003년 초연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마리아 마리아’ 타이틀롤을 맡았던 그는 올해 공연을 끝으로 ‘마리아 마리아’ 무대를 떠나기로 했다. “관객들과 교감하는 감동을 알게 해 준 작품이에요. 주로 소극장 공연을 하면서 관객의 눈물과 한숨 등 세세한 감정 변화를 함께 느꼈지요. ‘내 인생의 명장면’이라 꼽을 수 있는 순간도 ‘마리아 마리아’ 무대에서 만났고요.”

‘마리아 마리아’ 마지막 공연 앞둔 뮤지컬 배우 강효성씨

‘마리아 마리아’는 성경 속 인물 막달라 마리아를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예수를 유혹해 밑바닥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창녀 마리아와 그를 구원하고자 하는 예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명장면’은 시상식 순간이 아니었다.“맹장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통증을 참으며 공연을 하니 마리아의 정신적인 고통이 더 절절히 표현되더라고요.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이었죠.”

2004년 6월 공연 때였다. 새벽에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맹장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24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는 “오늘 공연을 마치고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그래도 24시간은 안 지난다”는 고집이었다. 그날 두 차례 공연을 모두 마친 뒤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 ‘마리아 마리아’를 그가 떠나기로 한 것은 공부 욕심 때문이다.

“그동안 무대 경험은 많이 쌓았지만 뮤지컬에 대한 공부는 한 적이 없어요. 내년부터 2년 동안 유럽에 가서 뮤지컬 공부를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요.”그는 선화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1981년 시립가무단에 입단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가 그의 뮤지컬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다. 30년 전 뮤지컬은 그에게도 생소한 장르였다.

“사실 저는 순수예술을 한다는 생각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관객들과 밀착돼 움직인다기보다 내 것을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느낌으로 무대에 섰지요. 그런데 이젠 뮤지컬의 저변이 엄청나게 넓어졌죠. 나 스스로 연예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요.”그는 우리나라의 뮤지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진 데는 ‘꽃미남’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한다. 조승우ㆍ오만석ㆍ신성록 등이 여성 관객들을 모아오면서 뮤지컬 대중화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겪은 뮤지컬 30년사를 돌아보며 “정말 많이 발전했다. 안 좋은 점도 있지만 그걸 덮을 만큼 좋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설 자리가 좁은 창작 뮤지컬의 처지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큰 듯했다. “돈 문제가 제일 커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은 이미 흥행성을 보장받은 작품을 들여오는 거니까 투자받기가 쉽죠. 하지만 창작 뮤지컬은 돈이 없어 공연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제 경우만 해도 지난해 하기로 했던 창작 뮤지컬 중 세 개가 펑크 났어요.”

그래도 그는 현재 상황을 “우리 문화에서 뮤지컬이 뿌리를 내리는 중”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유명세나 연예인 캐스팅의 입소문을 빌려서라도 뮤지컬 관객이 많아지면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는 입장이다. “아직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열매에 욕심을 낼 때는 아니지요. 그런데 그 과도기가 참 기네요. 우리나라가 더 잘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때까지 창작 뮤지컬을 끈기 있게 만들어야지요.”

강효성의 마지막 ‘마리아 마리아’는 오는 24일부터 서울 명보아트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 5월 16일까지. 문의 02-584-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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