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380차례 '흔들'… 니가타 주민 여진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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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일본 북서부 야마코시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헬기가 고립된 재난 지역에서 한 노인을 구조하고 있다. [야마코시 AP=연합]

일본 니가타(新潟)현 지진은 아직 멎지 않았다. 23일 진도 6이 넘는 강진이 연속 발생한 이후 사흘 동안 진도 5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9만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복구작업은 여진에 발이 묶였다. 피해 규모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진다. 25일 오후 사망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여진 공포로 집 놔두고 한데 잠=가장 피해가 극심한 오지야(小千谷)시 인근에서 25일 새벽 6시쯤 또다시 진도 5강(强)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사흘 동안 몸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유감지진(有感地震)은 모두 380여차례, 이 가운데 진도 4 이상만 30여차례였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후 "앞으로 사흘 안에 진도 6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30%, 5강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50%"라고 발표했다.

또 이날 저녁부터 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의 공포는 극에 이르렀다. 지반이 연약해진 상태에서 지진이 나면 피해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오지야 현지에서 취재 중인 프리랜서 사진가 야마모토 마사후미(山本將文)는 "이재민이 아닌 사람도 밤에 잠든 사이 여진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자동차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여진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복구작업이 지체된다는 점이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이니 긴급 구조 활동 이외에 도로 복구 등은 진척이 없다. 산간 지방인 야마코시무라 (山古志村)의 주민 2000명은 도로가 끊겨 사흘째 고립됐지만 자위대 헬리콥터로 대피 작업이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

◆밤이면 암흑천지, 주먹밥 1개로 하루 버텨=1차 지진과 동시에 전기가 끊긴 오지야 시는 사흘째 해가 지면 암흑천지다. 니가타 현 전체에서 첫날 정전된 28만 가구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복구됐지만 아직도 9만5000 가구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이재민들은 긴급대피소에서 여진의 두려움과 추위, 배고픔이란 3중고와 싸우고 있다. 현지의 식량은 절대부족이다.

편의점과 수퍼마켓의 식료품은 모두 동이 났다. 수도와 가스가 끊겨 쌀이 있어도 밥을 지을 수 없다. 야마모토는 "구호단체가 나눠주는 주먹밥 하나로 하루 종일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음료수도 부족해 가구당 녹차 2캔이 고작이다.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학교강당이나 비닐 하우스 등지에 모여들었지만 대피시설조차 충분치 않다.

◆한국인 피해 아직 없어=한편 이번 지진으로 인해 니가타현에 사는 한국인들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가타 민단 관계자는 "피해가 가장 컸던 오지야시에는 한국인이 거주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아직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도쿄=예영준.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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