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계 '앙부일구' 남해군 관광상품으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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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움푹 파인 반구형 타원속에 그어진 12개의 세로선과 13개의 가로선 사이로 태양의 그림자가 보인다.

세로선은 묘(卯 ·오전 6시)시부터 유(酉 ·오후 6시)시까지 낮 12시간을 나타내며 가로선은 13개의 절기를 가르친다.해가 높이 뜨는 여름에는 그림자가 짧고 해가 비스듬하게 뜨는 겨울에는 그림자가 길게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해 가로선의 가장 윗선은 동지,가장 아래선은 하지선을 표시한다.

세종 16년(1434년)때 만들어진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咎)의 모습이다.천체 우주과학의 원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이 해시계가 휴대용으로 부활돼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남 남해군 서면 서상리 도예공방인 ‘아리랑 마을’(대표 柳世俸 ·41)이 복원에 성공한 이 해시계는 남해군을 대표하는 관광상품.

지난해 본격 생산을 시작한 이 해시계는 조달청이 문화상품으로 선정했으며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10여 개의 상을 휩쓸었다.

4년간 연구 끝에 앙부일구를 복원한 柳씨는 “우연히 수집한 조선시대 앙부일구를 보고 선조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柳씨가 복원모델로 삼은 해시계는 고종 8년(1871년)에 옥으로 만든 휴대용으로 성신여대 박물관이 보관 중인 보물 8백62호.

가로 7.3㎝,세로 14.6㎝,두께 2.7㎝로 재질만 옥에서 도자기로 바꿨다.

복원된 해시계는 청자 ·분청 ·백자 등 다양한 유약을 입혀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원목 좌대에다 오동나무 박스포장으로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해시계는 장식품으로도 인기다.

무엇보다 실제 시간을 잴 수 있는 것이 장점.다만 현재 표준시가 동경 1백35도를 기준으로 해 서울 자오선과 경도가 8도 차이 나기 때문에 실제시간보다 32분 늦다.

柳씨는 복원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도자기가 아닌 속을 꽉 채운 양부일구의 본체는 까다로운 작업을 요구했다.8백50도에서 16시간 굽는 초벌구이와 1천2백도에서 13시간 굽는 재벌구이를 거치는 동안 터져 버리는 도자기가 60%를 넘었다.

아리랑 마을 마당에 설치된 해시계 불량품으로 쌓은 30여 개의 탑이 힘든 복원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올들어 남해군 홈페이지에 관광특산품으로 등록되면서 주문이 몰리고 있다.주말이면 남해를 찾는 3백여 명이 관광객들이 해시계를 구입해 가고 있다.

아리랑 마을 입구에는 柳씨가 수집한 도자기 ·서화 ·민속공예품 ·서화 등 6백여 점을 전시해 놓은 소천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 야외전시장에는 디딜방아 ·쟁기 ·물레방아 등 농경유물도 전시해 놓고 있다. 주문과 연락은 이 마을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

남해=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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