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버그 감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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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트래픽' 을 포함해 지금까지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작품은 모두 열 편이다. 주제.형식은 각각 다르지만 그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유지해왔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되 그 개별 인물들의 사고.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오락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겐 그의 작품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평론가들이 좋아하는 감독'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둥' 이란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소더버그는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에서 현대인의 소외된 성문제에 앵글을 맞췄다.

20세기 독일문학계를 대표하는 카프카를 통해 인간의 이성과 광기, 그리고 권력문제를 해부한 '카프카' (1991년), 30년대 미국 경제공황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리틀 킹' (93년),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측면을 풍자한 '스키조폴리스' (96년) 등도 그의 이같은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그는 '여성판 로키' 를 떠올릴 정도로 한 맹렬 여성의 활약상을 그린 '에린 브로코비치' 에서도 환경문제에 무감각한 현대기업의 비도덕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소더버그가 대중적인 감독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조지 클루니의 표적' (98년). 할리우드의 대형영화사에서 처음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 그는 은행털이범과 여형사의 사랑얘기를 산뜻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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