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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도 씀씀이 따져 '맞춤 재테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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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 중앙일보 재산 리모델링 순회강연에 참석했던 자문위원들이 본지 6층 대회의실에서 강연 성과를 평가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종민 과장, 강창희 소장, 김대환 지점장, 김기영 컨설턴트. 최정동 기자

지난 12일부터 전국 8개 도시에서 진행된 제1회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 순회 강연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참석자들은 저금리 및 노후 대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합리적 투자로 자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강연자로 나선 본지 재산리모델링 자문단들이 25일 자리를 함께해 일반 시민들을 위한 투자 교육과 금융회사들의 자산 관리 비즈니스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참석자>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 연구소 소장

▶김종민
교보증권 금융상품부 과장

▶김기영
매트라이프 계정 컨설턴트

▶김대환
미래에셋증권 삼성역 지점장

#예상 뛰어넘은 관심과 고민

▶강창희=이번 강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이었다. 저금리와 고령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연 현장에서 다시 확인했다.

▶김종민=청중 숫자는 물론 분위기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증권사 투자 설명회 강연에 나가보면 노인층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엔 30, 40대가 많았고 특히 주부와 중년 남성들이 메모하며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걸 보고 놀랐다. 예정된 2시간30분을 훨씬 넘겼는데 청중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 추가시간을 내 질문을 받을 정도였다.

▶김기영=가장 큰 관심은 역시 부동산 분야였다. 연금 수령 방식이나 연금보험 유지 여부 등 노후 연금에도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었다. 또 개별 가계들의 재무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재산 리모델링 컨설팅을 받는 방법을 묻는 요구도 폭주했다.

#투자 교육은 아직 부족

▶김종민=많은 사람이 저금리 시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목표를 세우라'는 원론에는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실천에 옮기기 주저하고 있다. 한마디로'저축이 아닌 투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관리를 위해선 투자 관련 교육이 절실하다.

▶강창희=재무 목표를 정하고 노후 설계 같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 줄 준비가 안 돼있다. 은행.증권사에서 프라이빗 뱅킹(PB)등을 통해 상담서비스를 한다고 하지만 아직 자신들의'캠페인성 상품'을 파는 데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대환=맞는 얘기다. 금융기관 직원들이 재무상담을 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금융 상품 세일즈에 그치고 만다. 고객들의 요구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는데 금융회사들이 쫓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김기영=많은 금융회사가 단순한 금융상품 판매 목적 이상의 고객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것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상담에 나선 컨설턴트들에게 어떤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변화가 힘들다.

#'재테크=투자'분위기 다져줘야

▶김기영=이번 강연에서 실감했는데 PB서비스조차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저축과 투자 구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게다가 평범한 중산층은 금융기관의 특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가계 재무 관리의 필요성은 대단히 크지만 정보가 부족해 불안하고 막연하기만 한 중년층을 위한 투자 교육이 절실하다.

▶김대환=투자 교육이나 상담에 욕구는 일반인들만 있는 게 아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되는 사람들조차 수수료를 내고도 상담을 받고 싶다는 신청이 들어온다.

▶강창희=포괄적인 고객 자산 관리 상담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넓은 의미의 자산관리 비즈니스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정착돼야 한다.'고객과 함께 부자가 된다'는 전략이 향후 국내 금융사들의 생존책이다. 메릴린치.씨티은행 등도 소액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면서 성장했다. 이를 위해선 일반 성인들을 위한 투자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 교육이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성인들 아닌가. 미국.일본에서는 비영리기구(NPO)가 나서 상당 부문 투자 교육을 맡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저축 상품을 투자상품으로 끌고 가는 노하우를 빨리 개발해야 한다.

▶김종민=정부의 역할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투자는 피해를 부를지도 모르니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식의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금융자산관리사(FP)자격증을 따게 하면서도 이들의 상담 수수료는 인정해 주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목표 설정'이 가장 우선

▶김종민=제일 중요한 것은(가계마다)구체적인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막연히 목돈을 모으려 하지 말고, 노후 계획이든, 교육 자금 마련이든 사안별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다음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세부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똑같이 돈을 모아도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김대환=금융상품 선택은 자산 관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금융상품은 집을 지을 때 망치나 톱 같은 도구일 뿐이다. 어떻게 집(재무관리)을 지을지 설계도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연장이 있어도 소용없다. 금융 회사에 가서 상담을 할 때도 '해법을 달라'고 요구해라. 권유하는 상품 선택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이런 것을 제시하지 못하면 거래할 필요가 없다.

▶강창희=지난해 말 국내의 개인금융자산은 1301조원으로 세계 10위권이 되지만 이중 투자상품에 가 있는 것은 20%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80%가 투자상품 쪽에 가 있다. 개인금융 자산에 주목하지 않으면 정책이나 금융회사 영업에도 문제가 생긴다.이런 상황을 정책 당국자나 금융회사들이 빨리 깨달아야 한다.

정리=표재용.나현철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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