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뇌성마비 대학생 시집 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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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문단에 데뷔한 늦깎이 대학생이 시집을 펴냈다. 최근 시집 『늦은 오후같은 아버지』를 출간한 전주대 3학년 최정민(崔貞敏.30.여.국어국문학 전공)씨.

해맑고 순수한 시 1백여편을 담은 이 시집은 지난달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한 崔씨가 교통비를 아껴 푼푼이 모은 3백여만원으로 출간했다.

어릴 때 황달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2급의 중증 장애인이 된 그는 열여섯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선교활동에는 더듬거리는 말보다 시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습작 끝에 1990년 여성백일장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문재(文才)를 보였으나 문학수업을 제대로 받고 싶어 뒤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崔씨는 지금까지 수업에 빠지거나 늦은 적이 없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전 6시30분에 집을 나섰고, 5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점심을 거른 적도 많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평생 장애인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노력했어요. "

그녀는 두 손가락만으로 A4용지 한장을 치는 데 세시간씩 걸리는 레포트를 10여장씩 쓰면서도 항상 과제물을 제시간에 냈다. 그 덕분에 매학기 3.7 이상의 높은 학점으로 장학금을 받아 왔다.

崔씨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면 시 내용이 좀더 풍부해졌을 것" 이라며 "주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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