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선 교수 발제] 호스피스 의보 인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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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호스피스는 불필요한 치료를 일절 중지하고 마약주사 등을 통해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는 자비로운 의료행위다. 인위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인식 부족과 제도 미비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활성화를 위해선 세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속효성 경구용 모르핀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 먹는 모르핀 정제나 마시는 모르핀 시럽을 말하며 이들은 값싸고 복용후 15분 정도면 효과가 나타난다. 또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선진국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마약법에 걸려 속효성 경구용 모르핀이 의료용으로도 도입되지 않는다.

현재 흔히 처방되는 MS콘틴이나 듀로제식 같은 마약제제는 속효성 경구용 모르핀에 비해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만 투여후 몇시간 있어야 효과가 나타나며 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갑자기 통증이 나타나면 병원 응급실로 달려와 몰핀주사를 맞아야 한다.

마약당국은 남용을 우려해 반대한다지만 값비싼 MS콘틴이나 듀로제식은 괜찮고 값싼 속효성 경구용 모르핀은 안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둘째, 호스피스가 건강보험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말기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수술이나 항암제 등 치료나 검사를 해줄 것이 없어 진료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병동이 운영되려면 중환자실에 준하는 비용이 소요되지만 일반 진료와 똑같은 보험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호스피스의 보험인정이야말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말기암 환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셋째, 호스피스 전문의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호스피스 정착을 위해선 이를 담당할 양질의 인력확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호스피스 전문의제도는 물론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규 교육과정마저 없다.

홍영선 교수<가톨릭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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