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은 적게, 종류를 많게 … 아파트 분양시장 '소량다품종'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2면

▶ 동일토건은 경기도 김포시 신곡에서 분양하는 단지에 테라스를 설치한 아파트를 선보인다.

동일하이빌이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내년 초 분양하는 850가구의 주택단지는 독특하게 꾸며진다. 대규모 택지지구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을 골고루 배치하는 것이다. 아파트와 연립주택도 일반형과 테라스형 등으로 나눠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주택시장이 '소량다품종'시대를 맞았다. 불황을 이기기 위해 주택업체들이 차별화 전략에 치중하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소비자 욕구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드물지만 동일하이빌처럼 같은 단지에 성격이 전혀 다른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같은 평형이라도 소비자가 주문할 수 있게끔 맞춤형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평면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경우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대성산업은 서울 청계천8가 일대에서 분양하는 대성스카이렉스를 주상복합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 182가구(실)및 오피스.상가 등으로 다양화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불경기에는 상품 종류를 늘림으로써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메뉴하우징'이라는 아파트 상품을 만들어 곧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키로 했다. '맞춤의 편안함'을 내세운 이 상품은 ▶기본형▶A형(드레스룸이 있는 형태)▶B형(멀티룸 설치형)을 선택할 수 있고 주방과 침실 수를 원하는 대로 설치하게 된다. 현대산업개발 홍금표 상무는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수요자들은 더 까다로워진다"며 "같은 단지라도 평형과 평면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전남 목포시 남악신도시에서 다음달 분양하는 550가구의 푸르지오 아파트를 30평형 안팎의 4개 평형으로 내놓되 3베이형, 3면개방 코너형, 4베이형으로 설계했다. 주택주거문화연구소 김승배 소장은 "절대 수요가 적은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소량다품종 전략이 요구된다"며 "상품의 다양화는 분양가 못지않게 아파트 분양 성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건설의 '색깔 전략'도 소량다품종 마케팅의 하나다. 코오롱은 컬러테라피 인테리어를 적용해 자녀들의 집중력을 높인다는 상품을 개발해 지난달 대전 가오지구에서 분양했다. 5가지의 컬러벽지를 소비자가 고르는 것이다.

백화점식 평면은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방주종합건설은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에서 35가구를 분양하면서 21~27평형 9개 평면을 내놔 골라잡도록 했다. 희성건설도 수원시 정자동에서 내놓은 59가구를 5개평형으로 구성했다.

㈜한성이 분양 중인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강秀아파트는 40가구에 40~91평형짜리 13개 평면으로 이뤄지며 SK건설이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서 내놓은 SK허브 주상복합아파트는 134가구에 9개평형이나 준비됐다.

한라건설 배영한 상무는 "종전에는 땅모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평면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보다 많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