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재무 '보리'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서 본 사람은

알리라 바람의 속도와

비의 깊이를.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흔들리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확히 알리라.

세상 옳게 이기는 길

그것은 바로

바르게 서서 푸르게 생을 사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 이재무(1958~) '보리'

겨울 지나 봄이 되면 무엇보다 들녘의 청청한 보리밭을 먼저 보게 될 것이다. 경이로워라. 보리는 무엇이건대 그 춥고 어두운 계절에 맞서 싸워 이렇게 푸른 생명을 가장 확실하게, 강건하게 키워냈다는 말인가.

바람과 비와 눈보라를 마다 않고 받아 안는 그 사랑, 밟아도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그 인내, 항상 푸른 하늘을 향해서만 바르게 자라고자 하는 그 의지, 바로 그러한 것들이 아니겠는가. 나 오늘 모처럼 푸른 보리밭에 앉아 삶의 도리를 생각해본다.

오세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