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미국·일본 증시 외풍…550선 지켜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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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주식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외풍(外風)이 너무 드세다. 미 나스닥지수는 지난 주말 2, 117까지 떨어져 2, 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 증시는 지금 금리 인하라는 약 기운으로 연명하는 환자와 같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0일 금리를 더 내리려는 움직임이지만, 이를 앞당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가는 폭락했다. 보름도 기다릴 여유없이 당장 약을 달라고 조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모럴 해저드' 다.

미국의 경기회복 시점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10년 호황 끝에 과잉설비가 워낙 많이 쌓여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올 예상 실적을 계속 낮추고 있다.

일본 시장은 더욱 답답하다. 닛케이 주가지수는 12, 000대로 밀려 15년 전으로 돌아갔다. 경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20엔 근처까지 급락했다. 엔화 약세는 우리 시장에 새로운 악재로 부상했다.

국내 시장 내부의 체력도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은 간신히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고객 예탁금이 8천억원 이상 줄었다. 주가지수는 지난 1~2월에 유지해온 박스권을 하향 이탈했다.

이제 방어선은 종합지수 550, 코스닥지수 70선에 새로 설정될 전망이다. 연기금이 최전선에 투입될 것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떨어진 만큼 이들 지수대에선 기술적 반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반짝 상승에 현혹되기보다 주식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대세 하락 국면에선 하락 기간이 상승 기간보다 두배 이상 길다. 올들어 약 두 달 올랐으니 앞으로 넉달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각오로 위험 관리에 치중하는 투자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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