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上. 가족 월 수입의 10% 용돈으로 쓰는 '캥거루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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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기성세대 못지않게 술을 자주 마신다.

◆'캥거루족'=서울 동국대 복학생 김모(24)씨는 월말만 되면 용돈을 타기 위해 어머니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그는 "얼마 전까지 군대에서 고참이랍시고 어른 행세를 했던 내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한달 용돈은 30만원. 교통비와 식비 대기에 빠듯하고, 친구들과 몇차례 술자리만 가져도 적자가 난다.

대학생의 월평균 용돈은 33만1000원이었다. 가족의 월평균 수입은 317만4000원이니 가족수입의 10% 이상을 쓰는 셈이다. 단국대에 다니는 이모(19)씨는 "비싼 학비를 생각하면 휴학하고 돈을 벌고 싶지만 부모님이 바라지 않는다"며 "내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나중에 부모님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대학생들은 절반 정도(49.5%)가 부모에게 용돈을 의존한다. 군대에 다녀온 남학생(43.2%), 군미필 남학생(50.6%), 여학생(52.1%) 순으로 의존도가 높았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용돈을 충당하는 학생은 3분의 1가량(33.7%)이었다. 남학생은 월평균 여섯차례 술자리에 참석하고, 주량은 소주 1병반 정도다. 여학생도 한달에 소주 0.8병을 네번 정도 마시고 있다.

대학생의 성경험은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의 경우 절반이 넘었다. 여학생은 16%에 그쳐 사회 일각의 오해와 달리 성에 대해 보수적이었다.

◆헷갈리는 온.오프 세계=대학생 황모(25)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 좀처럼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지난 4년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처럼 행동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특성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무책임해지기도 하지만 더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학 3학년 박모(22.여)씨는 친구와의 친밀도를 3단계로 나눴다. 실제 만나는 절친한 관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인터넷에서 메신저 대화를 나누는 친구 등이다. 대학생은 하루 평균 세시간을 인터넷에 사용하고 있다.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하루 평균 1.8시간)보다 한시간 이상 길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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