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씨 연극 '진도에…' 주인공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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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연기의 기초가 없는 것보다도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짬을 내 연습하자니 늘 시간에 쫓기는 게 가장 힘드네요. "

서울 국립국악원의 대극장 무대에 다음달 14, 15일 오르는 '진도에 또하나 고려 있었네' 의 주인공을 맡은 박문수(49.전남 진도군 조도면.사진)씨.

'진도에…' 는 고려 때 삼별초를 이끌고 대몽항쟁을 벌인 배중손 장군과 진도 농민들의 호국정신을 다룬 민요 창극.

연출자를 비롯한 스탭 일부만 전문인들이고 출연진은 모두 연극 경험이 전혀 없는 70대 할머니부터 주부.공무원.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진도 사람들이다.

진도민속예술연구원이 진도군과 공동으로 기획한 이 창극의 연출을 맡은 박병도(44)전주대 예체능영상학부 교수는 출연진을 일부러 지역 주민들로 구성했다.

박 교수는 "진도 역사와 정서를 가장 잘 아는 지역 주민들이 조상들의 활약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반인들로 꾸미기로 했다" 며 "이미지에 맞는지만 보고 캐스팅했는데 배역들을 잘 소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출연진 70명은 지난해 12월 진도에서 초연을 가졌고, 특이한 출연진으로 인해 관심을 끌고 국립국악원의 초청을 받아 서울 공연을 갖게 됐다. 이들은 요즘 매일 저녁 향토예술회관에 모여 밤늦도록 몸짓과 대사를 맞추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업체를 운영 중인 주인공 朴씨(裵장군 역)는 "많은 대사를 외워야 하는 데다 일상생활과 다른 어휘.억양을 써야 하는 게 힘들다" 고 말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들어 온 삼별초에 관한 얘기이고 입과 귀에 익은 가락들로 꾸며져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진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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