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미달 소폭 줄었지만 지역별 성적 양극화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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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생의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2008년보다 전반적으로 학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초등 6년생이 2.3%에서 1.6%로, 중3은 10.2%에서 7.2%로 줄었다. 고교 1학년생도 8.9%에서 5.9%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역별 학력 격차는 여전했다. 전북 장수·무주 초등 6학년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강원 양구는 영어·수학 등에서 ‘제로(0)’를 기록했다. 전체 학습 능력이 상위 50%에 드는 보통학력 이상 학생의 비율에서도 서울 강남교육청(강남·서초구)과 전북 장수·무주 지역은 과목별로 30%포인트가량이나 차이가 났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3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함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전체로 하위, 지역 간 격차 커=서울은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 학력 수준으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서울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고1이 국·영·수·과학·사회 다섯 개 과목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중3(9%)은 전국 2위였다.

전국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초6이 대전(0.9%)·강원(0.9%)·충북(0.9%), 중3은 충북(4.7%)·강원(4.8%), 고1은 광주(2.6%)·대전(3.4%)이었다.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기초학력이 우수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방과후 학교 학생 참여율이 높고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해 교사들의 책임을 강화한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 지역과 다른 지역 간 학력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초6 국어 과목에서 보통학력 이상자와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강남은 각각 87%와 1.2%였다. 반면 남부는 76.4%와 2.7%, 동부는 75.7%와 3%였다.

◆지방 학교 학력 신장 효과 뚜렷=학력 부진 학생 비율을 줄인 곳에는 지방학교가 많았다. 충북 옥천 지역 초등학교들은 2008년 5.8%였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0.3%로 줄였다. 초등 수학은 경남 남해, 전남 곡성, 충북 진천 등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중3은 전남 함평 지역의 중학교들이 2008년 16.6%였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지난해 4.4%로 낮췄다. 충북 영동과 경기 안성 등의 학력 신장률이 두드러졌다.

◆사교육 효과 논란=교과부는 이날 사교육비 지출이 비교적 적은 광주나 강원도·충북·제주도의 학력이 우수하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경기도 지역의 학력이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치구별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과 보통학력 이상자 비율은 서울 강남을 비롯한 강서(목동)·북부(중계동) 지역이 매우 낮았다. 중3 영어 성적은 기초학력 미달자가 남부의 경우 9.5%로 강남(2%)의 다섯 배 수준에 육박했다. 특히 강남 중3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영·수 모두 전국 1위였으며 초 6학년의 경우 영·수가 각각 전국 1위와 3위, 국어가 전국 16위로 집계됐다. 초6 과목별 성적에서 충북 옥천 등이 강남을 앞서지만 중3이 되면 다시 강남이 상당한 차이로 학력이 높아졌다. 사교육 덕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학생 학력을 ▶보통 이상 ▶기초 ▶기초미달 세 등급으로 두루뭉술하게 공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확한 학교 간, 지역 간 실력 차를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어서 세분화는 어렵다”며 “올해는 7월에 학업성취도 시험을 치른 뒤 그 결과를 11월 중 인터넷에 학교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탁·박유미 기자

◆학업성취도 평가=국가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학업 수준에 학생들이 도달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5개 과목을 평가한다. 고1은 16개 시·도교육청별로, 초등6과 중3은 전국 지역교육청별로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세 등급으로 발표된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최소 학업 수준의 20%에 미달한 비율. 100점 만점에 20점 이하를 말한다. 해당 학년의 학생이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최소 목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학년 진학이 어려운 수준이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학력 목표 수준의 50% 이상을 달성한 비율. 100점 만점에 50점 이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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