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도네시아 종족분쟁 '아비규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인도네시아 북부의 칼리만탄주(보르네오섬)에서 발생한 원주민과 이주민간의 유혈충돌(본지 23일자 12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26일 사망자가 최소한 4백명을 넘어섰고 수천명의 난민이 탈출하는 등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찰의 힘만으로 치안유지에 실패, 군 특수부대를 파견키로 했지만 살인.방화.약탈행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끝없는 살육〓지난 18일 중부 칼리만탄주의 소도시 삼핏에서 시작된 유혈충돌은 26일에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2백20여㎞ 떨어진 주도(州都) 팔랑카라야까지 확산했다.

팔랑카라야에서는 원주민인 다야크족이 창과 칼을 들고 이주민인 마두라족을 처단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다야크족은 마두라족을 살해한 뒤 주거지와 상가를 불태우고 시체의 목을 자르거나 사지를 절단하는 등의 잔인함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은 사건발생 일주일 만에 칼리만탄섬에서 4백여명이 살해됐다고 보도했으나 마두라족은 "시신을 찾지 못한 사람까지 합치면 1천명 가량이 학살당했다" 고 주장했다.

◇ 탈출 러시〓삼핏에서는 7천5백여명의 난민이 인도네시아 해군 군함을 통해 두차례 탈출했다. 그러나 아직도 1만여명이 살해의 공포에 떨고 있다.

난민 일부는 보르네오섬 북부의 말레이시아 영토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국경을 넘어오면 강제 송환하거나 불법 이민자로 체포하겠다" 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를 순방 중인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곧 특수부대를 파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 분쟁 배경〓유혈 충돌은 1960년대부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두라섬 주민 10만명을 인구분산 정책 차원에서 칼리만탄섬으로 이주시키면서 싹텄다.

그뒤 이슬람교도인 마두라족과 정령(精靈)신앙을 믿는 원주민 다야크족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19세기까지 식인 풍습을 유지해온 다야크족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어 마두라족은 이들을 야만인으로 취급해 왔다.

최근 들어 마두라족이 칼리만탄섬의 금.주석.구리 광산을 대대적으로 개발해 화전민인 다야크족의 생활터전을 잠식하자 다야크족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