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2월] 초대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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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싹>

-김 상 기-

1.

추위를 이겨낸 싹이

꽃보다도 더 아프다

실직시 안부를 묻듯 새순을 더듬다가

물방울 하나씩 물고

가시 끝에

꽃히는 햇살.

2.

베란다 토분에도

키 낮은 것만 살아남아

미니장미 밑둥치가 동상처럼 가려워

밤새워 긁었던 자리

혈흔 묻은

싹이 튼다.

◇ 시작노트

햇살이 따스하다.

겨우내 앙상하던 장미나무에 어느새 새순이 웃고 있었다.

유독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두루두루 안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봄

어디에서든 자연의 신비를 찾아 볼 일이다.

그리하여

지난(至難)한 삶에

조그마한 활력이나마 파도치기를 두 손 모은다.

<김상기 약력>

▶1999년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연말 장원

▶제주작가회의 회원, 남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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