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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 열전] 제주 만장굴문화원 김병용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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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주에서 열리는 관광축제 때면 빠지지 않는 이벤트. 외국인 관광객도 "원더풀!" 을 연호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사가 있다.

'말사랑 싸움대회' 란 간판이 내걸리는 조랑말 투마(鬪馬)대회. 이 대회의 창안자는 만장굴문화원 김병용(金秉龍.64.사진)원장이다.

金원장은 50년 가까운 세월을 말과 함께 한 '말(馬)박사' 로 통한다.

중학교를 졸업한 1953년에 마땅한 일거리가 없었던 그는 조랑말이 끄는 수레의 마부일을 했다. 그의 나이 17세. 3만2천환을 주고 조랑말 한 필을 구입했다.

수레를 끌며 마을.농촌.시장판을 돌며 수확한 보리나 거름을 실어나르는 게 그의 직업이었다.

그의 생계방식도 달라졌다. 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에 번듯한 30만평의 목장을 만들었고 조랑말은 해가 갈수록 점차 수가 늘어났다.

아무 말이나 그의 목장에서 키우지 않았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 강인하고 끈질긴 성격.

외국산 말들이 밀려들기 시작해 제주의 조랑말 핏줄이 뒤죽박죽이던 무렵 그는 '독특한' 제주전통 조랑말만을 고집스레 사육했다.

"언젠가는 제주 조랑말이 이름값을 하겠지…" 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87년 조랑말 경주를 특화한 제주경마장이 문을 열자 그의 말은 마리당 2백여만원을 웃돌았다. 70만~80만원 수준인 다른 말의 3배나 됐다. 재산이 불어나고 사육하는 말도 1백여마리를 넘어섰다.

그는 세계 최장 용암동굴로 유명한 북제주군 만장굴 부근 임야 75만평에 조랑말 테마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조랑말이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돼 그의 사업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착수단계에서 외환위기가 닥쳐 제대로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과 조랑말 유래지로 꼽히는 몽골도 찾아가고 자신의 경험으로 논문도 다섯편이나 발표했다.

97년에는 북제주군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서 '제주조랑말축제' 까지 개최했다. 한국.몽골 등의 25개 대학 80여 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심포지엄까지 열었다.

이때 열린 투마대회는 이 축제의 하일라이트가 됐다.

요즘엔 마유(馬乳)를 이용한 마유주와 유아를 위한 이유식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없는 말고기 수출협상도 일본측과 벌인다.

그는 "인간에게 조랑말만큼 유익한 동물은 없다" 며 "5년내 제주조랑말의 역사와 숨결, 움직임을 낱낱이 보여줄 테마공원을 마무리지을 생각이다" 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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