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90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한 최순호 강원 FC 감독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물을 마시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믿기지 않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다.
코칭 스태프도 단출했다. 김정남 감독에 김호곤 코치가 전부였다. 없어선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골키퍼 코치조차 없었다. 김 코치가 골키퍼 훈련도 맡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골키퍼였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의료진도 없었다. 김 감독은 “차범근이 소속 팀에 사정을 이야기해서 물리치료사를 한 명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멕시코 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에서 허정무(왼쪽)가 마라도나 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중앙포토]
김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은 사실 마라도나 1명만 알고 나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또 다른 월드컵 상대국인 이탈리아와 불가리아는 월드컵에서 두 팀이 맞대결하는 것을 보고 어떤 전술을 쓸지 최종 점검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장비 담당이 따로 있지만 그때는 유니폼 관리도 직접 했다. 양말도 선수들이 알아서 빨았다. 다만 월드컵에서는 호텔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이야기한 게 결코 투정으로 들리지 않기 바란다. 그저 그 시절이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