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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 조식 학문세계 제대로 알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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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에 대한 학문연구가 탄신 5백주년(음력 6월 26일)을 맞아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남명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거유(巨儒)이면서도 동년배인 퇴계 이황(退溪 李滉)이나 후배격인 율곡 이이(栗谷 李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대접을 받아왔으며, 학회나 연구자들의 수적인 열세도 심각한 지경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남명학회가 23일 출범할 예정이어서 그의 학문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기대된다. 지금까지 남명연구는 경남 진주와 합천·산청을 중심으로 한 남명학연구소(경상대)와 남명학연구원(덕천서원)이 도맡아왔다.

서울대 철학과에 사무실을 두고 출범하는 남명학회는 문(文)·사(史)·철(哲)은 물론 한문학·예술학·사회과학 전공자 1백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서울대 철학과 이남영 교수가 회장을,금장태(서울대)·송재소(성균관대) 교수가 부회장을 맡았다. 앞으로 남명학회는 같은 이름의 학회지를 내는 한편, 11월 중 대규모 학술대회를 열어 남명학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같은 해 태어난 퇴계가 낙동강 왼쪽, 즉 경상 좌도(左道)학파의 리더였다면 남명은 그 오른쪽인 경상 우도(右道)학파의 종장(宗匠)이었다. 인간의 도리로 내적인 사랑인 경(敬)과 사리판단의 근거인 의(義)를 강조해 제자들 중에는 정인홍·곽재우 등 의병장이 많았다.

대유학자였으면서도 남명이 조선 유학사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은 남명이 사망한 뒤 북인(北人)을 이끌던 제자 정인홍이 인조반정(1623)으로 광해군과 함께 몰락하는 바람에 세력이 끊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자 중 의병장이 많다는 이유로 일제시대에도 배척됐다.

이남영 회장은 “이기론(理氣論)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한 것이 남명학의 특징이자 가치”라며 “학회는 이러한 새로운 학풍을 개척하고 심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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